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우리는 거실 밑 아래층으로 내려가 하루 종일 거기서 기다렸다. 드디어 아직은 이름 없는 막내둥이의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아기의 울음은 흡사 듣기 좋고 달콤한 음악소리 같았다.
8월 22일이었던 그날 밤, 우리는 거실로 옮긴 어머니의 침상에 둘러앉았다. 열 식구가 사는 집에 프라이버시랄 게 없었으나 거실이 큰 침실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어머니는 미세스 코소라한테서 큼직한 일본식 쌀 캔디 한 봉지를 받은 둔 게 있었는데, 두 겹으로 싼 흰 색 카라멜이 독특해보였다. 겉은 보통 왁스지었으나 그 안의 것은 얇은 쌀 종이어서 그대로 먹으면 혀끝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쌀 사탕을 한 개씩 나눠 주셨다. 애기랑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뭇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침대 주위를 맴돌면서 다다미에 들어 눕기도 하고 애기한테 어울리는 이름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얘들아, 이번만큼은 애기 이름을 한국식 말구 미국식으로 짓자. 그래야 학교 다닐 적에 고생을 덜 하지.”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녀석은 운도 좋네. 선생님이 이름을 제대로 못 불러서 애들이 킬킬 웃는 꼴을 안 봐도 될 테니까 말이야.
우리 선생님들 중에서 한 분은 일부러 학생들을 웃기려고 나를 희생시키는 것 같다니까.” 뭉환이가 관악기 같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이 애기는 마카나, 울 애기는 마카나”라고 중얼거렸다.
애기이름이 될 후보명칭이 줄줄 나왔다. “데이빗, 톰, 조오지, 에디, 피터, 존, 로버트, 바틀리, 애드워드, 앨버트, 조셉, 윌리엄, 조월, 시드니, 테드, 마크, 케네스, 하워드, 캘빈” 등등. 이름이 하나씩 나오면 누군가 머리를 흔들거나 그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묵묵히 듣고만 계시던 아버지는 능숙한 솜씨로 무슬린 쌈지에서 담배를 덜어내어 “스스로 말이“ 종이에 담아 두 엄지손가락으로 접어서 미니 초밥처럼 돌돌 말았다. 마지막 과정은 접은 담배를 혀로 침을 발라 붙이고 불을 켜대는 일이었다.
우린 아버지가 그렇게 기민한 손동작으로 담배마시는 모습을 보느라 애기이름 고르던 일도 잊었다.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