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힘든 직장인 중심
월 200~300달러씩 내
방학전 타자 번호경쟁도
자녀 과외비 마련을 위해 매달 곗돈을 붓는 ‘SAT계’가 한인사회에 등장했다.
출세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명문대 진학에 필수조건인 SAT 고득점을 위해 수천달러의 학원과외가 인기를 끌며 빚어지는 현상이다.
일부 학부모들에 따르면 신종 SAT계는 2,000~3,000 달러의 ‘목돈’을 한꺼번에 만들기가 힘든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끈다. 물가 인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쥐꼬리만 한 시간당 급여 또는 월급으로 생활하기에도 힘든 직장인들로서는 수천달러의 자녀 SAT과외비 마련의 최고 방법이기 때문이다. 통상 10여명이 매달 200~300달러를 내고 순번을 정해 계를 탄다. SAT 공부하기에 가장 좋다는 시기인 여름방학 전에 계를 탈 수 있는 ‘좋은 번호’를 두고 계원들 간 경쟁도 있다는 전언이다.
사교육비가 주는 과중감에서 벗어나려고 미국행을 선택한 한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사교육 과열현상의 원인은 SAT가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 때문이다. 미전국대학입학카운슬링협회(NACA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SAT를 입학 전형의 주요 요소로 여기는 대학은 1993~2004년 46%에서 60%로 증가했다. SAT 폐지와 내신 성적 비율 증가를 주장하는 교육개혁론자들의 주장과는 거리 있는 현실이다.
SAT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명문대에 지원한 고등학교 3학년들의 70%는 GPA가 4.0 또는 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표준화된 시험의 점수만큼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가의 사교육을 받은 많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현실 또한 한인 학부모들이 SAT과외에 눈을 돌리게 한다.
칼리지 보드의 2004~05학년도 SAT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에서 자란 수험생들의 영어와 수학 평균점수는 549점과 564점. 그러나 연소득 1만달러 미만 가구의 수험생들의 평균점수는 영어 429점, 수학 457점에 불과했다. 소득이 1만 달러씩 오를 때마다 영어는 평균 13.3점, 수학은 11.8점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고소득 가정일수록 부모의 학력이 높고 교육열도 강하고 특히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소득별 학력격차를 발생시키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SAT계를 들고 있다는 한 한인은 “부모 소득에 따라 성적차이가 나는 판국에 무리를 해서라도 SAT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며 “부모보다 더 낳은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것이 부모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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