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연 윌셔초등교 음악 디렉터
그는 세상에 떠밀려 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번민과 갈등도 없다. 그의 말 곳곳에는 희망이 실려 있고 열정이 엿보인다. 넓디넓은 미국에서 유일한 한국계 사립초등학교인 LA 윌셔초등학교의 음악과 인리치먼트 프로그램 국장 박세연 박사(36). 거창하게 말해 영재 프로그램이니 뭐니 하지만 쉽게 말하면 그냥 초등학교 음악교사이다. 그런데도 합창지휘와 음악 역사, 오케스트라 지휘, 초기 음악사를 꿰뚫고 있는 박사이고 음악을 통한 뿌리교육과 정체성 확립을 강조하는 열성적인 교육자이다. 그가 들려준 뿌리교육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2년전부터 음악 총책임
한인학생이 80% 차지
민족·역사교육 곁들여
“오늘의 내가 있게해준
모국에 무한한 자부심”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를 알면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다져놓아야 하는 뿌리교육의 맥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킨더가튼에서부터 6학년까지 총 90여명이 재학 중인 윌셔초등학교(4900 Wilshire Blvd., LA, CA 90010)에서 2년 전부터 정규시간과 애프터스쿨의 음악교육을 총책임지고 있다. 주니어 합창단, 시니어 합창단, 실내악단, 핸드 차임, 뮤지컬 클래스를 통해 아이들의 음악성과 자기개발을 돕고 있는데 음악과 함께 곁들여지는 그의 역사교육, 민족교육, 뿌리교육이 이 학교 재학생들이 덤으로 누리는 혜택이다.
재학생의 80%가 한인인 특성으로 인해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매일 한국어 클래스가 있고 추석이나 설 등의 한국 고유 명절을 지키면서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이런 교육이 매우 효과적이며 보람이 크다고 목소리의 톤을 높인다.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익숙한 재학생들은 타교생들에 비해 부모와의 갭도 많이 없고 한국동요와 민요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역사와 접하기 때문에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당당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삶의 무대는 한국, 유럽, 미국이었다. 서울에서 예고를 거쳐 연대음대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한 뒤 곧바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케치케멧에서 코다이 음악원에 다녔다. 그는 이곳에서 전통과 문화와 예절을 존중하는 유럽인들을 접했으며 예술과 음악이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고매함’을 체험했다.
그는 말했다. “헝가리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음악을 즐길 줄 알고 꽃을 사랑합니다. 야천시장의 반이 꽃시장이고 장보러 나온 사람들은 모두 한 손에는 쇠고기나 감자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꽃을 사들고 귀가합니다”라고. 또 그들은 어려서부터 전래동화를 노래로 엮은 민요를 듣고 배우고 자라 국사에 밝을 뿐만 아니라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고도 들려준다.
3년간의 유럽생활이 오늘 그가 윌셔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의 음악교육을 담당하는데 큰 밑그림이 되어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 USC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생활 10년차인 그는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고 질서와 법이 통하는 나라라서 여자이며 소수민족계이지만 열심히 공부하니 차별 받지 않고, 조교로 일하면서 무료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현재 살고 있는 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출생의 연을 맺은 대한민국은 물론 그의 조국이다. 언제나 든든한, 그의 오늘이 있게 해준 토양이 되어준 모국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그는 음악을 통한 뿌리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윌셔초등학교라는 직장이 좋고 일하는 것이 즐거우며 학생과 학부모와 어울리는 것을 천직으로 느낀다. “우리학교 학생들, 학교가 재미있고 좋아서 졸업하기 싫어해요”라는 그의 말은 그 어떤 선전문구보다도 강한 함축성을 담고 있다. 영어 외에 불어, 독어, 헝가리어까지 할 줄 안다는 그는 합기도와 검도가 취미인 싱글 선생님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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