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사용이 중요해진 이유
매년 3, 4월은 전년에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초조하게 합격소식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소위 명문이라고 알려진 대학의 입학 경쟁률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만약’을 위한 대비로 많은 학생들이 대여섯에서부터 10여개의 이르는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웬만큼 자격을 갖춘 학생들은 한개 이상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는 사례 또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복수 지원을 해서 복수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들은 그 때부터 어느 대학을 선택 하느냐에 대한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합격된 여러 대학 중 자신에게 제일 적합한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미 대학진학 전문가들과 미디어에서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항목을 들 수 있다.
선택한 대학에서 자기의 전공학과를 제공하고 있는지, 교수진이나 커리큘럼은 어떤 수준인지, 또 그 대학의 규모와 시설, 위치와 주변 환경, 학생들의 다양성과 소수민족 학생들의 비율, 학비, 졸업 후 취업률, 동문 네트웍 등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고, 이 외에도 대학의 명성을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많다.
이같은 조건들 중에서 본인은 4년 동안 들어갈 총 교육비에 높은 비중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잘 알려진 대로 대학 교육비는 매년 일반 물가 상승률을 훨씬 넘게 치솟고 있다.
학비와 생활비를 합쳐서 UC에서 공부하는 비용이 1년에 2만달러가 넘었고, 사립대학 은 5만달러 전후가 됐다. 교육비는 앞으로 계속 인상될 전망이다.
자녀 한명 당 1년 수만달러의 학비가 별 부담이 되지 않는 부유층을 제외하고,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는 주립이건 사립이건 자녀의 대학 교육비가 가계의 큰 부담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물론 재정 보조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등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받는 학생들도 많고, 또 하버드 대학 같이 자격을 갖춘 지원자 중에서 연 수입이 4만달러 이하의 가정의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 주는 고마운 장학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을 입는 학생들은 어디까지나 소수이다.
대부분 학생들의 학비조달 계획은 대략 장학금,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웍 스터디), 가족부담, 융자금 등 4개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 중에서라면, 될 수 있는 대로 장학금액수가 크고 가족 부담액이 적은 대학을 선택해서 졸업과 동시에 빚을 덜 지고 나오는 방도를 찾으라고 나는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지나치게 대학의 명성에 집착하지 말라는 권고가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명문대 졸업이라는 이력의 덕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얻을 수 있고, 또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혜택을 일생동안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학비 부담을 이유로 명문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유형무형의 혜택이 인생을 막 시작하는 20대에 이미 수만달러의 빚을 가지고 출발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얼마나 상쇄해 줄는지 한번쯤 의문을 품어볼 만하다.
대학 선택은 당사자만의 결정일 수는 없다. 될 수 있으면 가족 모두가 후보 대학에 대한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학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일 적합한 대학을 골라야 할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고, 자녀 교육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학 선택의 과정에서 계산기의 역할이 중요해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 소견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