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마이어스 청문회 소환장 승인
의회-백악관 충돌조짐
“비공개 증언”제시불구 하루만에 발부
백악관이 소환장 거부할땐 ‘초유사태’
연방하원이 21일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등 백악관 전현직 관리들에 대한 청문회 소환장 발부를 승인,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사태가 의회와 백악관의 전면 충돌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백악관이 선서 없이 이뤄지는 이들의 비공개 증언을 허용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지 하루만에 이를 거부하고 존 코니어스 법사위원장(민주-미시간)에게 로브 정치고문, 해리엇 마이어스 전 법률고문 등을 공개 청문회에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했다. 연방상원 법사위원회도 같은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로브와 마이어스가 비공개로 증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번 문제에 관련한 모든 백악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민주당측이 “여론용 재판”(show trial)을 요구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백악관 관리들의 청문회 소환에 반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검사 해임 조치가 “정상적이고 적절했다”며 연방검사 해임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공화당원에 대한 연방수사를 방해하고 민주당원에 대한 수사를 가속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코니어스 법사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연방형사제도에 대한 미국민의 신임을 손상시키고 있다”며 “진상을 파헤치는데 필요한 모든 의회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악관은 백악관과 법무부 사이에 오간 통신내용을 의회에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으나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뉴욕) 등은 수사에 가장 필요한 백악관 내부의 연락내용이 제의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백악관이 의회의 소환장을 공공연히 거부할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가 힘을 겨루는 근래 보지 못한 헌법적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베스 놀런에 따르면, 연방의회는 소환을 거부한 증인에 대해 의회 모욕죄를 적용하도록 표결할 수 있으나 대체로 이같은 케이스는 연방법무부에서 취급하게 된다. 행정부에서 협조를 거부할 경우 의회에서는 행정부 기관 예산을 보류하거나 지명자 인준을 거부하는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연방검사>
정치적 임명불구 독립성 보장… 해임 드물어
연방검사란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왜 이들의 해임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
연방검사는 법무장관의 지휘 아래 있는 미국 최고위 검사직으로 전국적으로 93명이 있다. 이들은 93개의 미국과 미국령 지역에서 연방정부의 형사소추를 책임지며 민사소송에서는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방검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되는데 통상적으로 관할지역 여당의원의 추천에 따라 지명된다. 상원은 지난해 통과된 애국법을 통해 법무장관에 상원 인준 없이 임시 연방검사를 무기한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일 이를 철회했다.
연방검사는 그러나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있으며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때 무더기로 물갈이 되는 것이 통례이다. 하지만 임기 중간에 해임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1981년부터 2006년 사이에 2차례 밖에 없었다. 이는 연방검사가 정치적 임명직이지만 사법적 특성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단 임명한 후에는 이들의 업무에 정치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관례 때문이다.
이번 무더기 해임 사태가 논란을 일으킨 것은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수사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해임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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