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아버지는 제분소 일이 아침반일 경우엔 3/4마일이나 되는 데를 철도를 따라 걸어가셨다.
그런 날 아침이면 나는 보글보글 커피 끓이는 소리와 아침식사를 하시면서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의 조용조용 말씀 나누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향긋한 커피와 계란 냄새가 부엌의 엷은 벽을 통해서 내가 누어있는 거실까지 퍼져왔다. 부엌에서는 두 분이 편하게 마주앉아 조용조용히 주고받으시는 얘기가 콧노래 소리처럼 흘러나왔다. 두 분만의 오붓한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원통형 알루미늄 그릇에 아버지가 드실 뜨끈하고 푸짐한 점심을 쌌다. 속에는 빵이나 밥을 담는 이동식 칸이 있고 그 위는 반찬통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는 반찬통에다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포크찹을 담았다. 식구를 다 먹이기엔 너무 비싸서 아버지한테만 드리는 별식이었다. 포크찹은 윤성이와 한성이도 좋아했는데, 어머니가 특식을 싸시는 날이면 둘이는, 오후 3시가 지나, 집 밖으로 나있는 철길로 나가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저만치 어깨에 데님(능직)자루를 짊어지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오는 키 큰 사람이 나타나는 즉시 둘이는 달려가서 아버지를 맞았다. 기대에 찬 둘이 웃으면서 아버지의 점심밥통을 받아서 열어보면 으레 잡숫다가 남긴 포크찹이 있어서 실망하지 않았다. 고기를 잘 먹는 나의 두 여동생은 철길에서 아버지의 귀가를 즐겨 기다리곤 했다 -- 특히 포크찹을 갖고 오시는 날이면.
어쩌다가 한 번씩 아버지의 필리핀 동료는 그 부인이 만들어준 끈적끈적한 두루 말이 코코넛 쌀떡을 제재소로 가져와서 팔았다. 아버지가 참 좋아하셨는데, 그걸 사는 날이면 몇 개를 점심밥통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셨다. 그 끈끈한 코코넛 쌀떡은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좋아하셨다. 씹히는 맛이 한국의 떡과 흡사했다.
뭉환이 오빠와 친구들은 모여서 조약돌로 자작 새 총 쏘기를 잘 했는데, 그보다 더 좋아한 것은 구슬치기였다. 집 앞 욕실 옆 비포장 길에 얕은 구멍을 파서 그걸 표적으로 삼았다. 맡은 일이 끝나면 영흥이와 해리랑 같이 놀기도 했다.
우리는 뭐가 궁하거나 심심한 걸 전혀 몰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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