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진학에 관하여 <6>

모든 부모들에게 있어 자식의 장래진로 문제는 가장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의과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 둔 부모들은 대학 들어갈 때 큰 전쟁을 치렀는데 의대 지원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의대준비는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두 경우가 다 입학시험이라는 것을 쳐야 하고 좋은 학교성적이 필요하고 잘 쓴 추천서가 있어야 하며 과외활동이 필수이다. 하지만 심사기준은 많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가 되는 것은 대학 입시는 지원자가 앞으로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 라는 미래의 가능성(potential)을 보고 선발하지만 의대는 그 학생이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 왔는가라는 과거의 퍼포먼스(performance)가 입학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대학 진학의 경우 성적이 평균 이하의 학생들도 우수한 자질을 보이면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버클리 대학은 SAT I 점수 1,400점 이상 받은 3,218명의 학생을 불합격시켰다. 동시에 1,000점 이하의 학생 374명을 합격시켰다. 하지만 의대 진학은 이와는 다르다. 대학 학점, 의대 입학시험(MCAT) 성적 그리고 연구 활동이 입학 당락을 거의 결정짓는다.
과거 10년 동안의 통계 자료를 통해서 의대를 지원하려면 얼마나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 알아보자. 1995년 의과대학 지원자 4만6,586명의 대학성적이 평균 3.31이였는데 비해 합격자 1만6,252명의 평균 학점은 3.52이였다. 지난 2006년에는 지원자 3만9,108명의 대학 학점이 3.48이었는데 합격자 1만7,370명의 평균 학점은 3.64이였다.
의대 입학시험(MCAT)은 네 과목으로 나뉘는데 언어/이해(Verbal Reasoning), 물리/수학 (Physical Science), 생물학(Biological Science)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문(Writing Sample)이다. 작문은 11등급(J-T)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반면에 나머지 세 과목은 모두 15등급(1-15)으로 평가를 받는다. 1995년도 의대 지원자의 MCAT 평균 점수는 언어(8.5), 물리(8.6), 생물(8.7) 그리고 작문(O등급)인데 비해 합격자는 언어(9.5), 물리(9.7) 생물(9.8) 그리고 작문(P 등급)이었다. 이에 비해서 2006년도 의대 지원자의 MCAT 평균 점수는 언어(9.0) 물리(9.1) 생물(9.5) 그리고 작문(O등급)이었는데 비해 합격자들의 평균점수는 언어(9.8) 물리(10.1) 생물(10.5) 그리고 작문(P등급)이었다. 이와 같이 지원자와 합격자의 대학교 학점과 MCAT 평균점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그 경쟁률도 치열해짐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인종간의 경쟁률과 점수를 비교해 보면 2006년 의대에 지원한 백인 학생은 2만4,298명 (전체 지원자의 62%)으로 가장 많았고 동양인(Asian)은 7,616명(전체의 20%)으로 두 번째였다. 합격률은 백인 학생과 동양인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각각 65%와 19%를 차지했다. 작년 의대 합격자의 대학성적은 백인(3.67)과 동양인(3.66)이었다. 또한 2006년 동양인 지원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는 UCLA(345명), UC버클리(344명) 그리고 UT오스틴(248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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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