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바로 문만 나서면 정글이요, 광대한 파나에바 숲은 끝도 없는 것 같았다.
거기서 우리는 타잔-제인놀이도 하고, 진저(ginger)나 하니싹클(honeysuckle: 인동덩굴)의 향기도 맡아보고, 나무도 타고, 갖가지 새도 구경하고, 나무에서 그냥 열매를 따먹었다. 집에서 5마일 반경 안에 있는 과수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알고 있었다. 향긋한 구아바(guava) 열매가 익으면 우리는 설익은 건 놔두고 익은 것만 따먹었다.
집에서 철길을 따라 1마일쯤 되는 지점에는 특별한 구아바 나무가 한 구루 서 있는 걸 알아서 우린 자주 거기에 가 놀았다.
그 잎을 여러 개 따서 파팔레(papale: 모자)를 만들고 스타치타르페타(Stachytarpheta) 덤불 줄기로는 핀을 만들어 모자에 꼽았다. 그 구아바 나무의 특별한 향내, 넓게 퍼진 숱한 나뭇가지들, 앉기 좋게 평평한 베이스, 시원한 그늘은, 조이스 킬머(Joyce Kilmer, 미국 여류詩人, 1886-1918)의 말처럼, 그야말로 “하나님만이 만들 수 있는” 나무였다.
하와이의 수목을 예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코코넛(coconut)이다. 야릇하게도 파나에바 숲에는 코코넛나무가 딱 한 그루밖에 없었다. 우리 집의 베란다 저편, 침실 바로 동쪽에 홀로 높이 호리호리한 몸매로 자란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그 나무 밑에 서 있는 걸 보시면 언제나 “올라가지 마”하셨다. 그래도 나는 올라갔다. 순이 언니는 원형밧줄을 안전벨트로 쓰라고 했는데 난 그게 너무 귀찮았다. 코코넛나무 꼭대기에 오르면 쉬프먼씨네 목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새파란 바다의 수평선까지 다 시원하게 보였다.
때때로 나는 거기 올라가서 코코넛열매를 팔로 뒤틀어 떨어트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맨 끝까지 올라가 발로 차서 떨어트리기도 했다.
코코넛이 일단 땅에 떨어지면 아버지는 마셰테로 꼭지를 쳐서 잘라내셨다. 그러면 우리는 입만한 구멍이 펑 뚫려서 속에서 나오는 시원, 달콤한 쥬스를 마셨다. 주스를 다 마신 코코넛은 또 아버지가 쪼개어가지고 그 안에 붙어있는 희고 연한 펄프(살)를 긁어먹게 해주셨다.
아버지는 그걸 스푼으로 잘 긁어 잡수셨다. (순이 언니와 나 말고) 여동생들은 아무도 코코넛나무에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걔들도 사과-아보카도-장미사과-뽕-대형 망고 나무는 오르내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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