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가지 않은 길
조그만 손으로 네모난 종이를 잡고 이리저리 살핀 뒤 앞에서 보아 마름모가 되게 놓는다. 위와 아래 쪽 귀퉁이를 잡아 삼각형이 되도록 접고 삼각형의 양쪽 귀퉁이를 서로 겹치게 접어 오각형을 만든다. 오각형의 왼쪽 변을 잡아 윗부분이 밑변과 평행되게 접고 오른쪽 변을 잡아내려 접은 후 나머지 부분을 왼쪽의 밑으로 집어넣어 마무리를 한다. 그렇게 접으면 마치 묵직한 지붕이 덮여 있는 것 같은 기와집이 만들어진다.
난 어렸을 때 종이만 보면 늘 모양으로 접었고 엄마는 그런 날 무척 기특해 하시며 “저 아이는 꼭 약사가 될 거예요”하며 친척들께 자랑을 하셨다. 난 어디서 배웠는지 약봉지 접는 방법으로 계속 기와집을 만들었고 엄마는 그렇게 약봉지를 접는 내가 꼭 약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계셨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내가 이 다음에 커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나보다 미리하고 계셨던 엄마는 찾아오는 손님을 앉아서 맞이하기만 하면 될 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을 약으로 치료해 주는 고귀한 사명의 약사가 나에게는 더없이 이상적인 직업라고 생각하셨다. 아마 그 당시에는 지체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자녀의 미래직업으로 약사를 최고로 여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소망을 외면하고 그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장애 때문에 앉아서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엄마의 고정관념을 깨고 서너 시간씩 서서 강의하는 직업을 선택했고 그것도 모자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게 되었다.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이 장차 어떻게 살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자녀들보다 미리 앞서 고민을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돈을 잘 버는 직업이나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일을 자녀들에게 권하게 된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는 다른 곳에 관심과 재능이 있을 때 갈등이 생기는데 특히 사회의 기준에 따라 미래를 강요할 때 자녀를 우울증이나 자살로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기 전에 자녀의 재능과 선호도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재능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유아원부터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많은 곳을 데리고 다니며 풍부한 경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을 데리고 가서 사서의 일도 알아보고, 전시관의 큐레이터 일도 알아보며, 음악회나 공연에 관련된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TV나 라디오 방송국 신문사 등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내가 만났던 한 고등학생은 쓰레기에 관심이 있다고 하여 쓰레기 처리장에 가서 처리과정과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격려했고, 어떤 중학생은 동물에 관심이 있어 동물원에 가서 가장 관심이 있는 동물을 담당하는 사람과 대화하도록 상담해 주었다.
중고등학생 때에는 자원봉사나 인턴십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꾸준하게 경험을 쌓게 한다.
또한 부모가 권하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잘 알려진 분야 외에도 정치인이 되는 것이나 사회사업가, 교사, 특수교사, 방송인, 예술인 등과 같이 한인의 진출이 적은 다른 많은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나는 미래를 선택하는데 중요했던 조언을 지금도 기억한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남이 가지 않았기에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따르고 선뜻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면 어느 누구보다도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최고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난 강단에 서면 서슴없이 어린이에게 “가지 않은 길”이라도 자신의 재능과 선호도에 맞는 것이라면 과감히 선택하도록 격려하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강조를 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