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관목과 비슷한 마일레는 하와이 토종넝쿨식물인데, 그 목질(木質)조직을 제거하느라고 비틀고 찌그리면 신기할 만큼 향기로운 레이(lei)가 된다.
해마다 대여섯 명은 길을 잃고 헤매느라 좀 때늦게 오기도 했는데, 그래도 돌아갈 적에는 한 아름씩 안고 갔다. 매년 5월 축제일에는 마일레 레이(maile lei) 장수가 부인과 함께 철길을 따라 우리 집을 지나 남들이 모르는 계곡 외딴 데, 마일레 덩굴이 무성한 곳으로 들어가서 최상품만 몇 자루씩 잘라갔다.
어느 해인가, 그 부부가 왔다가 빈 털털이로 돌아갔는데, 그냥 간 게 아니라 땅에 손을 집고 기어가다시피 했다. 두 사람은 계곡을 빠져나가 철길을 따라 쉬지 않고 뛰었다.
그러다가 다리가 삐어 헐떡거리며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맹세하면서 벌벌 기어가기 시작했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가지고 어머니와 이웃 아주머니에게 자기들이 당한 혹독한 시련을 얘기했다. 둘은 예전과 다름없이 같은 장소에서 마일레 넝쿨을 따고 있었다. 멀리서 새 우는 소리만 들려 올 뿐, 숲 속은 조용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얼굴이 시커먼 형상이 상자를 박차고 튀어나오는 도깨비마냥 갑자기 자기들 위로 나타나더니 정글이 캄캄해지더라는 것이다.
그걸 보고 부인은 “오바께, 오바께(귀신이다, 귀신)!”라며 목 째지는 소리를 질렀다. 눈은 휘둥그레지고, 손의 맥이 빠지면서 쥐고 있던 게 다 떨어졌다. 남편은 “어이쿠!” 소리를 내면서 입을 딱 벌렸다. 뙤약볕이 내리쪼이는데 그의 몸은 덜덜 떨렸다. 하지만 곧 정신이 들어서 부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가지고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그 일이 있고나서 부부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 우리는 모두 뭉환 오빠를 따라 최상급 마일레가 있는 데를 찾아보고 판다누스(라우할라)나무에 올라가서 익은 열매도 땄다.
오빠는 마일레의 목질조직을 떼어내고, V자처럼 생긴 노란 판다누스의 노란 열매를 조각하듯 손질해서 잎사귀가 넷 달린 작은 꽃 여러 개를 만들었다. 윤성이는 그걸 실로 꿰매어 레이를 만들고. 5월 축제날 우리가 푸아 할라(pua hala)라고 하는 판다누스열매에다 마일레를 둘둘 감아가지고 맨발로 등교하는데, 그 향내가 어찌나 강한지 우리는 마치 걸어가는 향수 같았다. 푸아 할라는 속살이 많은 열매로, 색은 노랗다. 작은 알맹이가 쉰 개쯤 엉겨서 파인애플 같은 공 모양의 열매 하나가 된다. 우리는 어릴 적에 맨발로 다니는 게 보통이었다. 뛰는 실력도 만만찮아서 학교에 가면 남-여 학생 가릴 것 없이 달리기를 누구와 상대해도 우리가 빨랐다. 신발과 옷은 힐로에 갈 적에만 필요한 것이었다. 1.5마일 되는 등-하교 길은 사이좋은 이웃 애들과 함께 포장도로를 걸어 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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