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즐겁게 보내는 공휴일은 정월초하루 설날이었다. 그때가 되면 며칠 전부터 거실/침실을 말끔하게 치우고, 낡은 벽지는 걷어내고 대신 어머니가 만드신 풀을 솔질해서 바른 밋밋한 푸줏간 종이로 바꿨다.
신경을 제일 많이 쓴 것은 부엌이었다. 팔 남매가 맨발로 왔다 갔다 하면서 북적대는 통에 바닥페인트가 벗겨지고 때 묻은 마루를 세탁비누에 물을 잔뜩 부어서 거친 솔로 빡빡 긁어냈다. 마루 닦기는 새카맣게 때 묻은 목조바닥이 살짝 밤색을 띠며 나뭇결이 잘 드러날 때가지 계속했다.
입구문턱도 그렇게 닦았다. 실내청소에 쏟은 정성은 설음식준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특히 힘 드는 일은 떡쌀을 찧어서 떡과 만두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어머니를 아버지한테 소개시켜준 바 있고 또 우리 부모님과 절친한 사이인 이씨 부부가 도와서 떡쌀을 찧어가지고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균일하게 만들어 기름을 발라 돌돌 굴리니까 흡사 폴란드식 소시지 같은 떡이 되었다.
미세스 이는 우리가 “떡”이란 말을 잘 못한다며 발음을 고쳐주셨건만 여전히 그 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일단 그렇게 흰떡을 만들어 놓고는 딴 덩어리들을 둥근 파이모양으로 빚어서 검은 팥 고미를 집어넣었다.
떡은 지껄이며 웃으며 왼 종일 걸려서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씨 부부가 일을 다 끝내고 갈 적에는 그분들이 손수 만든 먹거리를 한 짐 싸드렸다.
더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설 전날 아침에는 모두 다 일찍 일어나서 새우껍질 베끼고 또 둥근 배추, 대나무순, 파, 고기조각들을 미리 재웠다가 꼬치에 끼워야 했다.
초밥, 로스 치킨, 갈비도 메뉴에 올라있었다.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은, 여러 가지 설날음식을 여기저기 냄비랑 프라이팬에 넣어 지지고 볶는 냄새가 풍기는 가운데, 말끔해진 부엌에서 새우껍질을 까거나 채소와 고기조각을 꼬치에 꿰어넣는 일이 재미있었다.
자정이 되자, 커피보다 진한 음료는 입에 안 대시던 아버지가 일종의 의무감에서 위스키 한 모금을 드셨다. 그건 우리 집 식구들의 음주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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