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우리 가족은 다 절대금주자들이었다. 동이 트면서 우리는 잔뜩 쌓인 음식과 또 더 만들어야 할 음식을 그대로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머니와 순이 언니만 남아서 스가와라네, 나까무라네, 코쏘라네, 부모님 다니시는 교우들, 그리고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들 같은 특별한 분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었다. 부모님이 나가계신 동안 우리는 혹시라도 찾아오실까봐 집에 남아있었다. 그날은 온통 우리 것이었다.
제일 신나고 또 가장 이례적인 피크닉은 “모터카”를 타고 파우우일로(Pauuilo)까지 갔다 오는 일이었다. 모터카란 승객을 태우는 기차였다.
이웃 아저씨 미스터 코쏘라는 철로관리/보수반 책임자(영어로 Luna)여서 나름대로 몇 가지 특혜를 누렸다. 그 하나는 미세스 코쏘라가 이따금씩 우리를 모터카에 태워서 파우우일로까지 왕복관광을 시켜주시곤 하던 일이다. 그 기차를 타고 오가면서 본 온갖 광경은 정녕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곤두박질하는 폭포수, 우리가 타고 있는 기차가 다가오는 순간 철길에서 첨벙 바다로 다이빙하는 어린이들의 대담한 모습, 빽빽한 정글 숲들, 골이 깊은 협곡들, 절벽 위에 오뚝 서 있는 가옥들, 자그마한 취락들, 친절한 승무원들 --
이런 전경은 그야말로 눈으로 즐기는 잔치였다. 게다가 미세스 코쏘라의 배려로 우리가 구경하면서 아삭아삭 씹어 먹는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입맛 까다로운 사람도 좋아할” 음식이었다. 앙증맞은 컵 케익, 소시지, 어묵, 청량음료, 샐러드, 치킨 프라이 -- 어리고 배고픈 김씨네 아이들에겐 꿀맛이었다.
우리는 거의 스스로 놀거리를 생각해내면서 유년기를 한껏 즐겼다.
미세스 코쏘라는 우리에게 이모나 다름없는 분이었다. 우리가 “고또 엄마”놀이 하는 것도 봐주시고, 진흙파이도 만들어주시고, 숨바꼭질도 같이 해주시고, 만화책도 읽어주셨다. 나의 첫 생일선물도 내가 닭장에서 애완용토끼를 먹이고 있는데 코쏘로 부인이 아들 노보로를 시켜 보내주셨다.
지금도 그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의 어린 시절은 짧기는 했어도 여러 가지로 충만했고, 다른 애들에 비하면 독특하기도 했고, 또 잊지 못할 추억이 많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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