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타 짜
짝짝짝… 이리저리 잘 섞은 화투를 손에 들고 여러 번을 치신 후 내 앞에 내미신다.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던 나는 손에 벅찬 만큼의 화투를 떼어 담요 위에 놓는다. 잠시 후 나에게 주어진 화투를 집어드니 여러 가지 그림들이 손안에 펼쳐진다. 조금 전까지 화투 전체를 바닥에 놓고 짝을 맞추는 연습을 여러 번 했다. 단풍 밑에 서있는 사슴, 파란 리번이 달린 단풍, 단풍 이파리만 있는 껍데기 두 장하며 머릿속으로 되뇌며 외어본다.
화투로 하루 운을 떼어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옆에서 혼자 심심해하는 나에게 민화투의 조기교육을 시작하셨다. 엄마는 한참동안 같은 짝끼리 맞추는 것을 가르치신 후 화투 한 장을 들어 보이시며 “이것이 뭐지?”하며 물으시는 것이었다. 혼자 가만히 생각하면 알 것도 같은 그 화투짝이 엄마의 질문에 온통 머리가 혼비백산해지며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대충 찍어서 “이것?”하면 대부분의 경우 엄마의 손바닥이 내 뺨을 강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화투 조기교육을 받았다. 아마 타고난 소질이라도 받쳐주었다면 난 영락없이 타짜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화투에 소질이 없는지 조기교육을 통해 갈고 닦은 화투 실력은 지금까지 활용을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귀를 맞으면서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 좋은 감정은 지금까지 가슴 속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엄마는 그렇게 늘 나를 엄마가 하시는 일이나 놀이에 끼워주셨고 책임을 맡겨주셨다. 또한 입버릇처럼 “너는 믿을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조기교육의 가장 기본은 아동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과 꾸준하게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아동이 그 일에 숙달되게 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는 이 기본법칙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일상 중에 자주 일어나는 일들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이고 그 일들을 매번 직접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인지능력이 부족한 아동에게 중요한 기능과 기술을 쉽게 익히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녀가 다른 아동들에 비해 언어나 걷기, 또는 신체적 발달이 뒤지는 것 같으면 장애가 있고 없음을 결정하기 전에 조기교육을 위해 두 기관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리저널 센터와 교육구청에서는 0~5세 영유아에게 장애의 유무를 떠나 장애가 생길 요인이 보이는 경우에도 조기교육을 시켜준다. 캘리포니아는 21개의 리저널 센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살고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센터는 http://www.dds.ca.gov/rc/rclist.cfm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교육은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가 문의하면 어떻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정확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장애 자녀의 양육에는 공공기관의 서비스 외에 다른 부모들과의 협력과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정보와 서비스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이며 자녀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다. 특별하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부모와의 일상생활 중에 반복되고 활용되는 기술을 스스로 실천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생활능력이며 자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모든 것을 내가 혼자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도움을 찾아내고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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