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언급한 ‘Lost Names’(잃어버린 이름: 1970년간, Richard Kim 저)를 소개한다. 저자가 유년시절(1932~45년) 일제 치하에서 받은 압박과 설움을 현재형으로 기술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전부 7장으로 된 소설은 성장기의 다른 기점에서 한 민족의 치욕적이었던 과거를 작중 인물의 이름 없이 서술했다. 필자는 저자의 다른 두 소설 ‘The Martyred’(1964년간), ‘The Innocent’(1968년간) 보다 이 책이 훨씬 서정적이며, 읽기 쉽게 써졌다고 본다. 6~12학년은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두루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 일제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갔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향으로 돌아온다. 대학시절, 일제 저항운동을 하다 투옥되었다가, 지금은 과수원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목사이신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두만강 남쪽의 작은 마을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전학 온 첫날, 모든 수업이 일본어로 진행되는 학교에서 신고식으로 영어노래(O, Danny Boy)를 부르고, 또한 일본어를 못 알아들은 탓으로, 일본인 체육교사로부터 맞는다. 화자를 두둔했던 담임교사(도쿄 유학중이던 삼촌의 친구였던 조선인)가 일본인 체육교사에게 항의했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만주로 떠나게 된다. 이 일을 기화로 오히려 많은 친구를 얻게 된다.
저자가 4학년이던 1940년 2월11일, 진눈개비가 흩날리던 날, 온 동네 사람들이 경찰서로 가서 일본인 순사가 지어주는 대로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참을 수 없는 굴욕도 목격한다. 그리하여 김씨가 ‘이와모토’로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전 조선 학생들이 일본 이름으로 바꾼 후, 사당으로 가서 일본 천황이 있는 동쪽을 향하여 경배를 해야 했으며, 이후 일주일에 한번 씩 그 사당을 찾아가 일본 천황의 번영과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서 승리하기를 강제로 기원해야 했던 일도 기술했다.
같은 날 조상 묘소에 가서, 그 곳에 온 동네 사람들처럼, 눈보라 속에서 흰 눈으로 수의를 입은 듯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무릎 꿇어 조상 앞에 사죄하나, 화자는 조부 세대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끼며, “탄식하고 조상께 사죄하는 것만이 능사인가”고 반문한다.
저자가 6학년이었던 해, 반장으로서 고무공을 걷는 책임을 초과 달성했으나 부피를 줄이기 위해 120개의 공의 공기를 뺀 것이 화근이 되어 문초를 당하자, “고무를 거두는 것이지, 공을 걷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가, 일인 교사로부터 대나무 칼로 잔인하게 전신구타를 당한 후 실신한다.
중학교 2학년 여름, 날마다 공부 대신 전투기의 착륙장을 닦았고, 공부는 저녁 때 1~2시간씩만 했다. 부친은 징용에 끌려갔으며, 미국이 일본의 나가사키에까지 원자폭탄을 터뜨린 8월 중순,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다. 그렇게, 한국의 독립이 주어졌으며, 빼앗겼던 이름도 되찾게 된다.
일본 정부에 쌀 등 모든 물자를 헐값으로 강제로 징수 당한 후,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이 보리, 수수, 밀로 끼니를 때웠던 일과 그로 인해 비교적 윤택한 가정이었지만 흰 쌀밥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었던 일 등, 일제 말기의 한국인으로서의 설움과 비애를 쉽게 공감 할 수 있게 묘사했다
책 말미에 저자는 화자를 통하여 말한다. 우리의 해방은 우리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강대국에 의해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라고. 우리 윗세대들은 겁쟁이였으며, 소심하여 자신들의 생존에만 급급했었노라고.
비슷한 시기에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자녀들에게 적극 권한다.
클라라 박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