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값과 우리 아이
예전에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냈었던 디렉 복 박사는 ‘제 값 못하는 우리들의 대학들’이라는 저서에서 “모든 대학들은 자기들 소개책자에다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키워주는 학교’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진짜로 그게 무슨 뜻인지 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미국에는 4,200개의 대학이 있지만 대학입시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서 30년 전에는 열명 중 한명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현재는 서너 명당 한명 꼴이 되었다. 대학 교육은 날로 비싸져 현재 4년제 사립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경비는 13만3,000달러로 5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되었다. 이 돈은 30년 전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비교해 봐도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즉 30년 동안 연간 수입이 고정되어 있었다고 가정할 때 그 사이에 대학 교육 경비는 두 배로 올랐다는 뜻이다.
그러면 두 배 이상 비싸진 대학에 그렇게 몸부림쳐서 들어간 우리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 걸까. 지금의 대학들은 과연 그 값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정부의 대학 졸업생 지적능력 조사에서 졸업생의 31%만이 제대로 응답했다. 10년 전 같은 조사의 40%보다 훨씬 감소했다. 또한 미국의 대학 졸업생의 국제 경쟁력은 10년 전보다 많이 약해졌으며 중퇴자의 비율은 늘어나 대학 입학생의 단지 63%만이 4년제 대학을 6년 안에 졸업한다.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사회나 직장에서 제대로 써 먹어보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 교육이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무용론’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10년째 세계에게 제일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이 대학 1학년 중퇴생이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교육열에 불타는 한인들에게 있어서는 씨도 안 먹히는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식 교육에 관한 한 목숨을 거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민족 중에 하나다. 지금 한국을 한번 보라. 3불(不) 교육 정책을 두고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나서서 ‘과열경쟁은 좋지 않으니 대입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라고 하면서 법까지 그렇게 만들었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정부가 나서서 공부 못하게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즉 미래의 가장 중요한 계획이다. 또한 현재에 있어 교육은 가장 빠르고 손쉬운 사회적 경제적 신분상승의 수단이다. 그래서 맨땅에서 시작한 수많은 이민자들은 자식교육에 관한 한 광신도에 비유된다. 본인들은 밑바닥에서 고생을 하지만 자식만은 좋은 교육을 통해 미국사회에서 버젓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웬수’ 같은 자식 놈들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할 것 없이 모든 이민자 부모의 공통된 바람이다.
안타까운 것은 30년 전보다 두 배나 비싼 값을 치른 요즈음 대학 졸업자들은 그 성숙도에 있어서는 3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떨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자기 인생에서 뭘 하고 싶은지 또 뭘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부모들은 뼈 빠지게 고생해서 대학 보냈더니 오히려 더 바보가 되었다고 통탄하지만 아이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사실 부모 책임도 크다. 대학에만 입학시키면 부모로서의 의무는 다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 아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고등학교 3년은 대학 4년을 준비하지만 대학 4년 동안은 인생 60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머리가 굵어버린 아이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배려는 놀라울 정도의 큰 힘이 된다. 무한경쟁에 겁먹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그들의 잠재적 능력을 키워줘야 할 대학이 제 값을 못하고 있다고 내버려 두면 그 값은 결국 부모가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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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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