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단추를 채우다가
실밥 몇 올 남기고 사라진 행방을 생각한다
가지런하던 일상의 틀 속에서
문득 일탈한 빈자리,
멱살 잡혀온 날들에 단추는 내 삶 어디쯤
한 방울 눈물처럼 떨어져 있을까
채우고 풀기를 반복하던 거친 일상 속
실낱같은 인연을 얼마나 움켜잡아 왔던가
실눈으로 눈뜨지 못하는
빈 단추 자리를 만지작거리다가
모두 끄르기 시작한다
팽팽한 가닥이 느슨해지면서
대롱거리는 단추들,
반짝거린다
몸을 둥글게 웅크려
단단히 바느질을 한다
生을 꿰매는 아침
시간의 숨구멍을 통과하고 있다
윤성택(1972~) ‘단추를 달며’ 전문
단추 하나 떨어져나간 자리에 머무는 시인의 시선이 매우 깊다. 떨어져나간 것은 단추가 아니라 고단한 삶의 날들이자 눈물방울이었다는 거. 그렇다! 우리의 삶이라는 건 예상치 않은 것에 불쑥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언제 누구한테 당했는지조차 모르는 사이 단추가 떨어져 있기도 한다.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그러나 어찌하랴. 틈틈이 느슨해진 단추를 다시 달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수밖에.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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