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로펌은 소송 건이 많기 때문에 법원 갈 일이 잦다. 주로 다운타운 법원으로 갈 때가 많지만 지난주에는 캄튼 법원에 일이 있었다. 이날 오전 8시에 법원에 도착했다가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200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다른 법정에도 많이 가보았지만 이처럼 긴 줄은 처음이었다. 법원 내부에도 줄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왜 그럴까? 당연히 법을 어긴(교통법규 위반, 경범, 중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형사법 위반자, 10~20대 초반이었다. 법정출두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4명의 ‘빡빡머리’ 학생들이 탄 아주 낡고 오래된 혼다시빅이 경찰에게 정지당한 것을 목격했다. 특별히 교통법규를 어긴 것 같지도 않아 마음이 좀 언짢았고, 학생들도 형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법대 재학 때 터스틴 고교에서 ‘Street Law’를 한 학기 가르친 경험이 있다. 스트릿 로는 직역할 때 길거리 법이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법률상식을 가르치는 클래스다. 학생들에게 미리 법률교육을 시켜 무지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 않게 예방하자는 취지로 생겼다. 필자는 ‘스트릿 로’ 한 학기의 절반을 ‘형법 절차’ 가르치기에 할애했다. 학생들과 대화 해본 결과, 주로 경찰과의 마찰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은 모두가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학생 차에 여러 명이 같이 타고 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남학생 4명 이상이 한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에 무단정지를 당한 사례는 거의 100%가 경험했다. 더 기막힌 것은 경찰이 ‘상당한 근거 없이’ 차 내부나 트렁크를 뒤진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같이 공원에서 놀고 있으면 경찰이 다가와서 책가방을 뒤지고 집에 가라고 명령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에 따르면 경찰이나 정부는 ‘프라버시를 존중 받을 것’이란 ‘시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상당한 근거 없이’ 경찰 멋대로 자동차 내부를 뒤지다가 총기나 마약이 발견됐다 해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 될 수 없다. 이런 형법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경찰의 권력남용 예방과 남용된 공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위법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제다.
또다른 법률 상식으로 캘리포니아는 법에 따라 전과 기록을 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전과 기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에 청원서를 내 청소년 범죄기록, 체포기록, 구금기록, 음주운전, 경범 및 중범 범죄 기록 등을 지울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마약이나 성범죄 같은 파렴치 범죄도 삭제(expunge)가 가능하다. 물론 동일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른 경우, 재판 계류 중이거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 성범죄자로 등록됐거나 벌금을 내지 않은 사건 및 잔여 형량이 남은 케이스 등은 불가능하다.
살아가면서 실수를 범한 사람들은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범죄 기록 때문에 진절머리를 친다. 웬만한 직장, 특히 공무원 지원서에는 “전과 기록이나 체포된 전력이 있냐?”고 묻는다.
변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범죄 기록이 있으면 법대 입학원서에 공개해야 한다. 윤리도덕성이 중요시되는 직업이다 보니 2학년쯤 되면 주변호사협회에 도덕성 판단 신청서(Moral character application)를 내 반드시 도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변호사협회는 연방, 주 사법기관 자료를 통해 변호사 후보의 법대 입학원서와 도덕성 판단 신청서를 비교 검토한다. 이때 많은 학생들이 전과 기록을 숨긴 것이 발각 나 곤욕을 치른다.
이민 초기의 청소년들이 미국 법에 무지해 경범죄를 많이 짓고 성인이 돼 시민권을 신청하거나 구직 때 전과기록 때문에 후회 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법률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한인들이 직장 지원서의 “Have you ever been convicted?” 질문에 자신 있게 “No”라고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줄리엔 김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