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대학진학 준비를 하면서 참 많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잘 살펴보면 진짜로 주눅이 들 정도이다. 보통 대학에서 심도 있게 보는 것은 고등학교에서의 학업성적, 입학시험성적 (SAT), 과외 활동, 추천서 그리고 지원하는 학생이 쓴 에세이 정도이다. 최고의 대학에 입학되는 학생들은 학업 성적 및 SAT 점수가 좋은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다 활발한 교실 밖에서의 활동과 강력한 추천서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큰 비중을 두는 것이 바로 에세이이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세우고 있는 자녀의 대학 진학 전략은 숫자로 나타나는 SAT와 학교 성적에 먼저 목숨을 걸고 교실 밖의 과외활동은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남들과 맞춰 대강 요구되는 시간 정도만 하게끔 한다. 추천서는 아는 분이나 학교 선생님께 잘 써달라고 부탁해서 받으면 되고 에세이는 마지막 몇 개월 남겨서 에세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쓴다는 생각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꼭 틀린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전략은 절대 아니다. 2002년 버클리 대학은 SAT I 점수 1,400점 이상 받은 3,218명의 학생을 불합격시켰고 1,000점 이하의 학생 374명을 합격시킨 사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것으로만 반드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 중에서 에세이는 우리 부모들이 생각하듯이 다른 서류와 함께 그냥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사실 에세이는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 지원한 그 학생들의 과거의 성장 배경과 현재의 성격과 자질 그리고 미래의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 비록 글로 제출하는 것이지만 에세이는 사정관들이 그 학생을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가 어떤 에세이가 잘 쓴 것이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앞서 말한 대로 에세이는 자기소개서가 절대로 아니다. 욕심 때문에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써달라고 부탁도 한다. 하지만 대학 진학에 관한 한 에세이는 글짓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전문가가 에세이를 써줘서 대학에 떨어진 경우를 많이 봤다.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의 글에서 너무도 잘 쓴 전문가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주고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그 학생의 모습이 들어가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쓴 보통의 글보다 못하다. 그림으로 비유를 들어보자. 새끼 호랑이를 앞에 두고서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낫지 원숭이를 잘 그린다고 해서 호랑이를 두고 잘 생긴 원숭이를 그려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한 번에 몇 백명을 심사하는 입학 사정관들이 어떻게 일일이 호랑인지 원숭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큰 오산이다. 그들은 입학에 관한 한 도사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들은 한 학생의 학교 성적, SAT 점수, 추천서, 과외활동 내역 그리고 에세이를 넓은 책상 위에 쫙 펼쳐 두고선 그것들이 마치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심포니처럼 그 학생을 잘 그려낼 수 있는가를 본다. SAT 점수와 학교 성적이 그리고 추천서와 에세이가 불협화음을 이루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한 것이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상당히 창의적인 일이다. 영어를 잘하는 미국 학생들도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사진을 찍은 것처럼 그린 그림만이 반드시 좋은 그림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무를 빨갛게 칠한 고흐나 얼굴을 세모로 그린 피카소의 그림들은 벌써 휴지통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기의 신념과 비전이 들어간 진솔하고 창의적인 글이 입학 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결국 그들은 멋지고 선명하게 그려진 원숭이가 아니라 솜씨는 없지만 희미하게 그려진 새끼호랑이를 더 선호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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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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