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기준은 화목한 부모, 자녀 관계
좁은 사무실 안에 9학년인 여학생과 학생의 어머니와 나 셋이서 이번 학기 성적표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여섯 과목 중 세과목이 낙제였다. 게다가 매 수업시간마다 무단결석이 수십 번이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지난 다음, 어머니가 화가 잔뜩 난 말투로 딸아이를 심하게 나무라는 것 같았다. 그러자 딸아이도 지지 않겠다는 듯 어머니에게 뭐라고 대들기 시작했다. 모녀는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나라 말로 말다툼을 계속하였다.
‘잠깐’ 하면서 일단 말다툼을 중단시킨 채, 나는 학생의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 썩 좋았던 성적을 보여주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선 학교에 매일 오고, 숙제를 반드시 하고, 복습, 예습을 열심히 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고, 좋은 대학에도 갈 수 있다고 설득을 시켰다.
이쯤 상담이 끝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또 뭐라고 한마디를 더했고, 이 말을 들은 딸아이가 또 뭐라고 톡 쏘아붙였다.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딸을 한대 치려는 태세였다.
동시에 나도 벌떡 일어나서 두 모녀 가운데 섰다. 아슬아슬하게 모녀 사이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가장 친밀해야 할 부모 자녀 사이가 유감스럽게도 가장 불편한 사이로 변한 경우를 많이 본다. 아마도 10대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의견충돌이 일어날 이유가 의견의 일치를 볼 이유보다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 측에서는 학업성적을 비롯해서, 친구선택, 이성교제, 옷차림, 인터넷 게임, 채팅, 아이파드를 둘러싼 자녀의 행동에 대해 못마땅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반대로 자녀 측에서 보면 최고의 성적만을 기대하는 부모의 욕심도,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지나친 ‘사생활’ 간섭도 견디기 어렵다. 이래저래 부모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과 이유 있는 반항이 뒤섞여서, 냉전기류가 흐르는 집안이 많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화목한 부모 자녀 사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방문한 이유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어쩌다가 학교에서 부모를 만나게 된 자녀들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하이, 엄마/ 아빠” 하면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보다는 부모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표정한 얼굴이 되거나, 잔뜩 긴장을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화난 표정으로 변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녀 교육의 성공여부를 재는 기준은 무엇일까? 자녀가 공부를 썩 잘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 학교 졸업 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얻는 것,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 아버지에게 벤츠를 선물하는 것, 생신이나 명절 때 안부전화와 함께 선물을 보내는 것, 모두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자랑스러운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성공의 기준이 있다. 바로 부모와 자녀 사이가 얼마나 화목한가가 그것이다. 아무리 크게 성공한 자녀라 해도 부모와의 사이가 소원하거나 대화가 끊어진 관계는 성공한 자녀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
흔히 10대 자녀 때문에 속을 썩이는 부모들이 많지만, 대부분이 시간문제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온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단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사이가 나빠지는 것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항상 부모와 자녀가 정답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정, 이런 가정이 바로 자녀교육에 성공한 가정이라고 본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