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교육정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삼불(三不)정책 때문인데 본고사, 기여 입학 그리고 고교 서열화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때문이다. 부유한 집안의 아이는 돈을 써 좋은 학교에 가기 쉽고 가난한 집의 아이는 그 만큼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은 기본 권리로 소득이나 사회계층에 관계없이 다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균등’이라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에 따라 입장 차이가 많다. 최근 대학 입학에 내신성적의 반영률이 높아져서 고등학교 때의 학교성적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내신 성적을 좋게 주기 위해 시험문제를 쉽게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학생의 반 이상이 만점을 받는 경우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학생들은 점점 공부를 적게 하게 되고 전반적인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가 생긴다고 해서 다른 학교와 절대적으로 비교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에 있어 수준이 낮은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똑같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아 하향평준화로 이어져 버렸다. 그러니 사람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한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타임지는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시행한 낙제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에 대한 평가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이 법은 초중등 학생들이 읽기와 수학시험에서 일정 성적을 보이지 못할 경우 해당 학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삭감하거나 심지어 학교 폐쇄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법이다. 올해 개정을 앞두고 있는 이 법은 시행한지 5년 동안 교육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향상되었으나 읽기 성적은 10년 전이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한 교사들에 대한 까다로운 평가가 시행되어 교사들이 대거 학교를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정된 교사 인력으로 읽기와 수학만을 강조하다보니 다른 과목들 특히 과학 수업시간은 줄어들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성적이 낮은 학교와 학생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우수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하향평준화와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특히 시험이 주마다 달라 학생들의 진짜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예를 들면 미시시피주는 주정부가 낸 시험에서 학생들의 90%가 읽기시험에서 능숙하다고 평가를 받아 미국 50개 주 중에서 1위를 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낸 전국시험에서는 단지 18%만이 능숙하다고 평가받아 50주에서 제일 꼴지를 했다. 흑인들이 비교적 많은 미시시피주의 정부가 시험문제를 아주 쉽게 낸 이유였다. 거의 모든 주 정부들이 쉬운 문제로 성적 부풀리기를 한 것은 한국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의 고등학교 순위가 적나라하게 매겨진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각 학교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너무도 잘 안다. 한국의 삼불정책이나 미국의 낙제방지법에 대해 모두가 할 말이 많고 그 할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학교에 너무 많이 관여하게 되면 학교는 그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학교의 생명력은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학생 한명 한명이 생긴 것이 모두 다르듯이 그들의 학업의 관심과 성취도와 잠재성은 너무도 다르다. 읽기와 수학시험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결국 교육이란 것은 학생들에게 바깥의 지식을 안으로 무작정 넣기보다는 안에 있는 잠재성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데 더 많이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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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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