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통해 살아있다는 사실 실감해
지난 한 해는 해마다 나다니는 것이 남 보기에 민망해서 방에 콕 들어 박혀 홈 페이지 완성에 힘을 쏟아 부었고 그 덕에 약값으로 여행에 준하는 비용을 만만찮게 치렀기에 올해는 ‘나가는 게 남는 거다’라는 생각에 슬그머니 구석에 처박아둔 여행 보따리를 또 다시 싸게 되었다.
티베트를 택한 이유는 지난해에 중국에서 티베트까지 개통된 칭짱열차(일명 하늘 열차)에 대한 호기심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하늘 호수 그리고 티베트의 평균 고도가 4,000m가 넘는 고원지대라 고산증이 생긴다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의 발로였다. 어쨌든 나의 싸다니는 이유가 늘 그렇듯이 하늘 기차, 하늘 호수 그리고 고산증이라는 야릇한 감상에 젖어 여행은 또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국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칭짱열차는 티베트 고원을 통과하는 해발 5,000m의 고산지대를 달리는데 이것은 백두산의 두배 정도 되는 높이를 기차로 통과하기에 하늘 열차라 부른다. 티베트의 평균 해발은 4,000m 이상으로 고도가 높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하여 호흡이 가빠지고 두통이 나며 구역질이 나는 등 고산증이 사람에 따라 심폐기능에 여러 가지 이상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남서쪽에 위치한 티베트 자치구는 중국 총면적의 8분의1에 달하고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 고원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티베트 고원의 중심지대가 바로 티베트이다. 또한 티베트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이 티베트를 통해 인도와의 통로를 원하고 또 인도 역시 은근히 티베트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등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묘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내가 티베트으로 들어간 길은 LA에서 서울까지 가서 다시 서울에서 중국, 서안까지 간 후 중국 국내선으로 서안에서 시닝까지 이동하여 시닝에서 칭짱열차를 타고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까지 들어갔다. 보통 북경이나 상해에서 라싸까지는 열차로 48시간 걸리는데 나는 그 절반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고 그 중간 지점인 시닝에서 라싸까지 칭짱열차를 타고 꼬박 26시간 걸려 라싸에 도착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에서 중국, 청두(성도)까지 중국 국내선으로 이동하여 사천요리로 유명한 청두를 거쳐 인천으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육로와 항공로를 결합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도록 했으며 거쳐 가는 도시는 볼거리가 있는 곳을 택하여 잠시 틈을 내어 시내를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절했다.
여행 일정은 한국에 있는 티베트 전문 여행사에 조언을 구하고 티베트 여행 퍼밋, 칭짱열차 티켓 구입, 중국 국내선 비행기 표 구입 그리고 호텔 예약 등은 여행사에 업무를 대행시켰으며 나머지 일정은 현지에서 직접 부딪혔다. 네팔이나 인도는 영어 사용이 가능해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었는데 중국의 서안이나 시닝 그리고 청두 같은 시골 소도시와 티베트는 영어가 전혀 안통하고 중국어 외에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해 정말 혼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곳이었다.
신비의 나라, 티베트에 들어가는 첫날부터 나는 뜻하지 않은 고산증이라는 벽에 부딪혀 옴짝달싹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올 뻔한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맞이했다. 이번 나들이는 잠시 여행이라는 허영에 들떠 이제까지 거침없이 나가 다니며 활보했던 지난날이 많이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곳곳을 누비며 다녔던 지난날의 흔적이 여지없이 박살나는 순간 삐죽이 보이는 초라한 내 모습이 왜 그리 인간적이었는지.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난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살아왔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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