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법무부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사형집행 여부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형집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뒤 지금까지 한번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는 나라는 60여개국, 폐지한 나라는 두배 가량인 120여 개국이다. 사형제는 갈수록 폐지국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에서도 여야의원 175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사형의 폐지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이다. 그중 대표적 인물이 근대형법학의 시조인 베카리아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형벌은 용납될 수 없으며 사형은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논거이다. 자백, 증언, 과학적 증거에도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1976년 이후 사형선고 사건중 평균 7건에 1건꼴로 무죄로 입증됐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또 정치적인 도구로 종종 악용된다는 점도 든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인혁당 관계자 8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이 형벌이 지닌 흉악범죄 억지효과를 내세운다. 사형제가 없으면 반인륜적 범죄가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의 복합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흉악범에 대한 복수 감정을 야만적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형제도는 존치론자들의 주장처럼 흉악범죄 억지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번주 AP통신은 사형제의 범죄억지 효과에 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이뤄진 사형제의 범죄 억지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일단 발표된 연구들은 사형이 살인사건 감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고 있다.
지난 6년간 발표된 관련 논문들을 보면 사형 집행 1건이 이뤄질때마다 최소 3건에서 최대 18건까지 살인사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자중 하나인 콜로라도대학 경제학과 네이시 모컨 교수는 “과학은 분명한 결론을 이끌어 냈다. 사형제가 살인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어떤 행위의 대가가 너무 클 때는 행위를 바꾸는’ 보편적 인간심리에서 찾는다.
하지만 사형폐지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연구들이 근본적으로 방법론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게 반론의 첫번째 근거이다. 사형이 선고된 범죄만 고려했어야 하는데 모든 살인사건을 연구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설득력 있게 단정하기에는 미국에서 집행되는 사형건수가 너무 적다는 점도 내세운다.
미국에서의 사형제 논란은 그 안에 포함된 인종적, 경제적 함의 때문에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형제 폐지쪽으로 가고 있는 뉴저지주의 ‘사형제도 위원회’는 이 형벌이 흉악범죄 억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을 검토한 후 최근 이런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릴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아무리 많은 과학적 연구가 쏟아져 나온다 해도 뉴저지주의 결론처럼 “결론이 쉽게 날 수 없는” 것이 사형제의 정당성을 둘러 싼 논란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