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배심원으로 참석하라는 통지서를 받고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써서 빠지려고 했는데 결국 날짜만 연기되고 법정에 가게 됐다. 자영업을 하므로 하루 빠지면 경제적인 손해가 너무 큰 나는 투덜투덜 하면서 첫날 법원으로 출두하였다.
배심원 대기실에는 약 200명정도가 모였다 30명씩 각자 다른 법정으로 향했다. 뽑히지 말아달라고 바라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10번째로 뽑혀 배심원 자리에 앉았다. 처음 앉아보는 자리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판사에게 나는 법정용어를 100% 알아들을수 없으니 나를 이자리에서 빼달라고 요청하였더니 자기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100% 알아듣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잠시후 변호사가 나에게 한국사람이냐고 묻더니 자기 아버지도 한국사람인데 한국말로 자기 아버지와 이야기 할 때는 자기도 100% 이해 못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거의 안다면서 걱정말고 이해 못하는 말이 나오면 언제든지 손들고 물어보라고 했다.
이사건은 형사사건이라 처음부터 검사와 변호사간에 열띤 공방이 시작되었다. 피해자, 가해자 모두 흑인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로웠다.
재판은 2일만에 끝났다. 이제 남은건 유죄냐 무죄냐 하는 배심원의 결정만 남았다. 다른 배심원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첫날 벌써 마음을 정하였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거의 내 생각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첫번째 투표를 하였는데 배심원 12명중 나와 같은 생각을 한사람이 9명이었다. 대세는 이미 우리쪽으로 기울었지만 전원 만장 일치되어야 하므로 다시 배심원들은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후 다시 투표를 하였더니 첫번보다 2명이 더 의견을 같이하였다. 결국 한명의 반대 때문에 다음날로 미루고 모두들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법정으로 가는 차속에서 나는 하느님께 기도를 하였다. 오늘 나머지 한명의 마음을 움직여 판결 일치를 하여주시기를 빕니다 하고…
기도 덕분인지 배심원 모두 뜻이 일치되었다. 판사에게 우리의 뜻이 전해지고 검사, 피고, 변호사 모두 판결문 낭독에 귀를 기울였다.
판결문 낭독이 시작되었다. “NOT GUILTY!” 피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국인 변호사가 눈빛으로 배심원들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하였다. 나 역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배심원 통지가 오면 꼭 참석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김동열 / 벨플라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