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못 쓰는 반편이 그는 초상집 찾아가 대신 울어주며 하룻밤 한뎃잠 가리는 것이 보수의 전부
영정을 바라본 후 목청 뽑아 아이고 할매 할매 망인과 생인을 확실하게 갈라주던 소리
꽃병풍 뒤 돌아누운 한 생을 끌어내어 상주의 불효를 울음의 양으로 갈음해준 그는
망자의 손을 잡고 저승 문 앞까지 건네주고는 코 한번 풀고 타박타박 이승으로 건너오는 것이었다
살판 어름 덧뵈기로 판을 벌이던 이들처럼 먼 마을까지 곡소리로 부고를 돌리던 그
구천을 떠도는 혼도 그 소리 배웅 받으면 삼십삼천 드는 영검이 있을 거라고들 했다
몸 어디에 커다란 곡주머니를 마련해두고 마음껏 꺼내어 부리던 그는
이태 전 겨울 어느 헛간에서 그 많은 곡소리 묶어둔 곡낭을 메고 저세상으로 훌쩍 건너가 버렸다
낯선 저승 입구에서 신고식 떠들썩하게 하려던 우리들의 마지막 날 계획은 벌써 글렀다고
올해 면 초입에 새로 생긴 장례식장 앞 분향하고 나온 늙은 문상객들 서넛 끌끌 혀를 찬다
강유환 (1961~) ‘곡재인’* 전문
<*哭才人 : 예전에 남의 초상집에 가서 곡을 해주던 천민>
망자와 저승까지 동행하면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곡재인의 모습을 본다. 잘 살라고… 까짓 거 이승 따윌랑 까맣게 지워버리고 잘 살라고… 저승문턱으로 망자를 밀어 넣고 코 한번 팽~ 풀고 나서 휘청휘청 이승으로 돌아오는, 한생 초상집을 떠돌며 살았다는 곡재인 그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처음엔 울음 그득한 가죽부대로 이승에 내던져졌을 것이다. 다만 울어야 할 때 울어야 하는 본분을 점점 망각하는 사이, 말라비틀어진 가죽부대만 덜렁덜렁 어깨에 걸치고 저승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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