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남북통일 축구경기가 벌어지던 서울의 상암경기장 TV 중계화면에서였다. 한복을 입은 한 중년의 사내가 3만 관중 앞에서 북 장단에 맞춰 부르던 노래,
“정 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
가슴 속에 묻혀 있던 한을 끄집어내어 우리 고유의 가락과 애잔한 정서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내는 소리에 나는 절로 감탄하였다. 원래 김형원의 시 ‘그리운 강남’에 192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이화여전 교수가 된 안기영이 곡을 쓴, 그리고 남과 북의 음악교과서에도 실린 노래였다.
일제에 강점된 겨레의 한과 희망을 담은 이 노래는 일본당국에 의해 금지 되었다. 1947년 여운형 선생의 서거에 추도곡을 작곡하고 지휘한 이유로 그의 음악활동은 이남에서 중지 당했다. 이화여대 교가를 작곡한 그가 6.25동란 후에 월북했다.
그의 이 노래가 해금된 지 10여 년 만에 소리꾼 장사익에 의해 우리에게 다시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장사익이 미국 순회공연의 마지막을 이곳 LA에서 가졌다. 3000여석 챈들러 음악당을 가득히 메운 관객 앞에 그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서서 절창했다. 장사익 특유의 소리를 받쳐주는데 그렇게 걸맞을 수 없는 모듬북, 장고, 징.
그리고 맨 마지막 노래 “ …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 …” 1981년 해외동포와 북이 처음 비엔나에서 만났을 때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로 말문을 못 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시작한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아리랑의 선율 앞에서 남이나 북의 경계는 없어진다. 분단극복의 길로 꾸준히 다가가고 있는 이 때, 통일의 희망을 담고 있는 이 노래 ‘통일 아리랑’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오인동 정형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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