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애인의 왼쪽 엉덩이에 나 있는
푸른 점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 내가 당신이었을 때
이 푸른 반점은 내 왼쪽 가슴 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과학 시간 칠판에 점 하나 쾅, 찍은 선생님이
이것이 우리 은하계다! 하시던 날
솟증이 솟아, 종일토록 꽃밭을 헤맨 기억이 납니다
한 세계를 품고 이곳까지 건너온 고단한 당신,
당신의 푸른 점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갑니다
푸른 점 속에 까마득한 시간을 날아
다시 하나의 푸른 별을 찾아낸
내 심장이 만년설 위에 얹힙니다
들어오세요 당신, 광대하고도 겨자씨 같은,
당신이 내 속으로 들어올 때 나, 시시로 사나워지는 것은
불 붙은 뼈가 물소리를 내며
자꾸만 몸 밖으로 흘러나오려 하는 것은
푸른 별 깎아지른 벼랑 끝에서
당신과 내가 풀씨 하나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선우 (1970~) ‘점’ 전문
세상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어린나이의 충격은 당연했을 것이다. 무변광대한 우주 가운데 점 하나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은하계라니! 그렇게 형편없이 작은 은하계 중에서 또 하나의 점인 지구, 거기서도 또 하나의 겨자씨 같은 당신과 나. 과연 기가 막히지 아니한가. 그것도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에서 한생 외롭게 버티기 위해서 맺어진 풀씨가 바로 당신이고 나라고 생각한다면.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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