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
올 6월에도 졸업장을 받지 못한 채 교문을 나선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졸업을 못한 학생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성적미달 때문이지만, 가끔 능력 있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를 포기해서 졸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파트타임일 때문에 풀타임 학생의 본분을 저버린 학생들이 그런 경우이다.
일주일에 35시간을 수퍼마켓에서 일을 한다는 존에게 공부를 희생하면서 꼭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싱글 맘인데다, 아이가 네 명이나 되어서, 혼자서는 생활을 해나갈 수 없으니까 자기가 일을 해서 돕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착한’ 아들의 변이었다.
“애, 그렇지만, 네가 대학 졸업 후에 벌 수 있는 수입이 지금 고등학교 중퇴생으로 버는 수입보다, 몇 배나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어? 앞으로 2년 또는 4년 동안 어려움을 참고 기다려서 학위를 받고 좀 더 나은 직업을 얻는 것이 너의 어머니를 더 잘 돕는 것이 아니겠니?”
결국 4년 후에 손에 쥘지도 모르는 큰돈보다는 현재 손에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돈을 선택해서, 존은 졸업을 포기했고, 대학 진학을 ‘연기’ 하겠다는 막연한 말을 남긴 채 학교를 떠났다.
어린 아이들이 장래에 약속된 대가를 받기 위해서 당장의 만족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관찰한 실험이 있다. 마시멜로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월터 미셀은, 4세짜리 유아들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씩을 나누어준 다음, 선생님이 잠깐 볼 일을 보고 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와서 마시멜로를 한 개씩 더 줄 테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면 지금 당장 먹을 수 있지만, 두 번째 마시멜로 는 못 받는다고 했다.
선생님이 볼일을 보고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은 약 15~20분 동안이었다. 약 3분의1 정도의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렸고 나머지 유아들은 끝까지 기다렸다가 두 번째 마시멜로를 받을 수 있었다.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18세가 되었을 때에,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후속 관찰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14년 전 실험에서, 기다렸던 아이들과 기다리지 못했던 아이들의 차이가 14년 후에 더 큰 발달상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전자의 아이들이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보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력을 보였고, 목표를 세워서 추진해 나가는 끈기를 보인 반면에, 후자의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고, 우유부단하고, 사람들을 불신하고, 쉽게 좌절하고, 충동적이며 화를 잘 낸다는 것이다.
4세부터 18세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감성지능’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 다니엘 골맨의 주장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충동적이고 참을성 없는 아이들도 책임감 있고, 자기 훈련을 할 줄 아는 성숙한 청소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자녀의 입에서 “I want… NOW.”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요구를 들어주기보다는, 때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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