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이별이 겹치는 여름을 맞아서
“선생님, 너무 좋아 보이세요. 작년보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그럼, 잘 봤네. 난 미인에다가 항상 더 예뻐지고 있으니까.”
“하하하 선생님이 맞아요! ‘미인’ 미국에 사는 여인 말이죠?”
“으응…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은 다 미인이지. 하하하”
오늘은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작년 재작년 졸업생들과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과 만나 왁자지껄 떠들고 인사하고 밤 열 한 시가 되어 문을 닫아야 하니 제발 좀 가 달라는 스타벅스 점원의 청에 의해 헤어질 때까지 웃고 울고 하다가 집에 왔습니다. 올해는 졸업하는 제자들의 부모님을 한 열두 분쯤 만나 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요즈음 저는 기분이 많이 우울합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저는 기가 죽습니다. 여름은 졸업과 이별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이른 새벽에 바닷가로 나가 거닐거나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하면서 선생으로서 직장을 하는 것을 좀 서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시에도 있듯이 ‘사람은 만날 때에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아아 님은 갔지마는 저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마는 이별은 진정으로 슬프다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은 왔다가 가는 철새들처럼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제 정을 떼어버리고 멀리 가 버립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예쁜 말들을 마냥 늘어놓고는 모두 가 버립니다. 그리고는 별로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보통 다시 제게 연락을 할 때에는 거의 추천서가 필요할 때입니다. 대학원 진학이나 교사 자격증 연수원 혹은 취직을 할 때 추천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신이 나서 그 놈들의 기록을 보기도 하고 같이 찍었던 사진도 보고 합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그래도 편지도 하고 찾아도 와서 부탁을 하였는데 지금은 그 놈의 전자 메일이라는 것이 있어서 목소리도 한번 못 들어 보고 연락을 주고받으니 참 인정의 재미가 적어졌습니다. 그래도 다시 저를 생각해 준 것만 감사해서 아 그래도 선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람이 있구나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혼자 웃고 우쭐해져서 추천서를 써서 보냅니다. 그래도 전화로라도 연락을 하면서 부탁을 받으면 그 때는 더욱 반가워서 아이들 말대로 하면 기분이 짱이 됩니다.
그러다가 저는 깜박깜박 저를 생각해 봅니다. 제가 어른이 되었다고 몇이나 되는 스승님께 연락을 하였던가 하고요. 생각은 굴뚝같지만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찾아뵙지 못하고 또 더러는 돌아가신 분이 많아졌습니다. 항상 생각나는 몇 분 스승님은 제 가슴에 살아 계십니다만 저 자신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제대로 올린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선물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대학원 때 몇 번 과일을 큰 봉지에다가 사다 드린 적은 있었지만 고백하자면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졸업하고 나서는 더욱 타국으로 와 버린 저는 정말 별로 신통스럽지 못한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잊고 사는 적이 많습니다. 아아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스승님들도 모두 합해서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올 가을에 다시 여름방학이 끝나고 돌아오는 예쁜 제자들을 볼 생각을 하면 다시 제 입가가 벌어집니다. 새롭게 입학할 학생들에 대한 기대 또한 큽니다. 더욱 큰 지혜와 사랑을 나누어줄 제 인생의 ‘스타’들 말입니다. 사실 고백 드리자면 저의 ‘스타’들은 자기들이 ‘스타’인지도 모릅니다. 저를 키워 주고 저를 가르쳐 주면서도 오히려 저를 선생이라고 부르는 제 인생의 스승님들, 저를 웃기고 울리는 ‘탑스타’들이 있어 저는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정정선
<시인, UC Santa Barbara 한국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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