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음계로 비가 옵니다. 그리운 먼 소식인 양 비가 옵니다. 사막의 타는 덤불숲에도 목마름에 숨막히는 가슴에도 비가 옵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고요속에 맞으리라 뜰로 나섭니다. 낮은 음계로 비가 옵니다. 철지난 기억을 적시며 추적추적 비가 옵니다.
비가 내립니다. 천지간에 귓속말로 속삭일 무슨 사연이 있어 모르는 언어로 비가 내립니다. 나무들은 쭉지를 늘어뜨린 채 하늘의 세례에 젖은 몸을 내맡겼습니다. 낮은 음계로 비가 내립니다. 그리운 옛 목소리로 가만가만 비가 내립니다.
김호길 (1943~) ‘소곡’ 전문
플로리다 여름비는 큰소리 쾅쾅! 치면서 온다. 조금 전에도 그렇게 왔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멀쩡하다. 사람으로 치면 호방하다고 해야 하나? 막무가내라고 해야 하나? ‘낮은 음계로 가만가만 오는’, ‘그리운 먼 소식인 양 오는’, 우리가 ‘잘 모르는 언어’로 내리는 빗소리에 눈이 젖고 귀가 젖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추적추적, 철지난 기억에 비를 적시고 있는.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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