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근처에서 큰 골프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 사람의 갤러리가 되어 관전하는 것이 취미다. 지난 번 박세리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고 해서, 또 미셸 위, 소렌스탐까지 가까이서 볼 기회여서 구경을 갔다. 17번 홀을 마치고 18번 홀로 걸어가는데 자지러지는 한국 여성의 괴성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중년의 한 여자가 박세리의 팔을 끌어안고 거의 몸부림치다시피 했다. 박세리는 뿌리칠 수도 없고 난감한 표정이었다.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 많은 사람 속에서 그 여자를 향해 단호하고 엄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했다. 내 얼굴이 워낙 험악했던지 그 여자는 끌어안고 있던 팔을 놓아주었는데 박세리는 내 옆을 지나며 조용히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다.
경기 중에는 사람들과 옷깃 스치는 것도 싫어하는 것이 선수다. 스코어 카드 제출하고 난 뒤 사인이나 악수 정도는 청할 수 있겠으나 경기 중에는 자제해야 한다. 그것이 갤러리의 매너이며 도리다.
아울러 갤러리가 되었으면 항상 양손 비워두고 박수 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갤러리로 가는 것은 영화관에 구경 가는 것이 아니라 응원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무덥고 귀찮더라도 그것이 따뜻한 나의 마음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며 갤러리로서의 최소한의 매너다.
송남이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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