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래도 되는 것일까. 거침이 없다. 온통 독설에, 저주다.
23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의료봉사와 빈민구제 등을 통해 전쟁의 상처에 찢긴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하나같이 젊은이들이다. 봉사의 기쁨 때문인지 그 얼굴들이 해같이 빛난다.
그 젊은이들이 탈레반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그 사건을 놓고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는 글들이 도를 지나쳐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23명의 젊은이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댓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댓글은 심한 욕설이다. 저주에, 손가락질이다.
“아프간에 간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갔을까? 이슬람 나라에 기독교 선교하러 갔다니. 죽을 맘으로 간 걸까? 아니면 주님이 지켜줄 거라고 믿는 걸까? 하여간. 예수쟁이들이란. 보낸 놈이나, 간 놈이나. 거기서 거기다. 그렇게 생각이 짧을까.”
“젊은이들의 영웅 심리를 종교에 이용해서 사리사욕이나 채우려는….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조용히 살도록 하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하여튼 잔머리들은 잘 돌아가…”
국내 신문에 나온 댓글들이다. 납치된 샘물교회 교인들은 물론이고 교회목사에, 한국교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그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목사 개인에 대한 욕설이 난무한다. 인격을 무너뜨리는 식으로.
물론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아프가니스탄은 여행제한지역이었다. 그 아프가니스탄을 사실상의 선교목적으로 방문했으니 자업자득의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이 댓글들은 보면서 한 가지 떠올려지는 게 있다. 민족성이라고 할까, 인터넷 망국론이랄까. 그런 것이다.
가족들은 속이 타고 있다. 봉사단을 보낸 교회도 그렇다. 납치된 젊은이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 상황에서 손가락질이 먼저다. 그리고 ‘그러기에 뭐라고 했어’식의 나무람이다. 온갖 비속어에 육두문자까지 나열해가면서.
심한 상처를 입었으면 치유가 먼저다. 불이 났으면 불부터 꺼야하고. 그런 후 왜 상처를 입었는지, 왜 불이 났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가 밝히는 게 순서다.
그리고 잘잘못을 굳이 따지자면 근본적인 잘못은 탈레반 무장괴한에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극히 편협하고, 전근대적 시각으로 해석한다. 그리고는 그 극악무도한 잣대로 세상만사를 재단하려 든다. 한인 젊은이 납치사건도 마찬가지다.
손가락질 할 때가 아니다. 아픔을 함께 하면서 피랍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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