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무리 중에 있는 한 마리 학의 마음은 어떨까? 가끔 이솝우화나 동화에서 동물을 의인화해서 사람의 감정을 묘사하기도 하고 동물을 빗대어 따끔한 충고를 하거나 착한 마음을 칭송하곤 한다. 그래서 우린 주변의 강아지를 봐도 우리식으로 생각하고 이해를 한다.
난 도우미 개 주마와 살고 있다. 정말 내 마음을 알까? 가끔 물어본다. “주마는 나하고 사는 게 행복해?” 자기에게 잘해주고 못해주는 정도쯤이야 알겠지만 솔직히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주마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군계일학이란 말은 사실 못난이 중에 으뜸 잘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그 초점이라면 분명 학은 소외감, 열등감, 주변과 다른 것에 대해 조금의 이상함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랑해야 할 위치에 있다. 하지만 사실상 학은 학으로 닭은 닭으로 서로 별다른 생각이 없이 살 것이다.
내가 군계일학의 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학과 나는 웃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은 분명 두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한다리를 들고 외다리로 서있고 잠을 잘 때로 외다리로 서서 잠을 잔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닭은 두다리로 종종걸음을 걷고 두다리를 몸 밑에 깔고 잔다. 바로 이 외다리 사용이 나에게 학과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장애가 있어 골프를 칠 때도 한다리에 의지해 드라이버를 날리는 나는 군계일학(?)이다. 남들은 두다리로 골프를 치고 스키를 탄다. 난 외다리 전법으로 두다리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즐거워해야 맞다. 그런데 사실 난 누가 어떻게 보는지 주변사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공을 찾는 일과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스키의 속력을 어떻게 조절하는 가에만 집중을 하고 산다.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학이 보여주는 외다리의 멋을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산다. 남과 다른 면은 어떻게든 감추려고 하고 최대한 다른 사람의 기대수준과 의견에 맞추어 살려는 생각에 급급하다. 학이 외다리를 쓴다고 자랑하지도 않고 닭이 두다리를 쓴다고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으며 서로 간에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팔이 없으면 없는 대로 멋있게 살고 시각장애가 있으면 마음의 눈을 활짝 열어 세상을 듣고 살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세상을 빨아들이는 강한 시선으로 보고 살며 만족하면 좋겠다.
발달장애가 있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을 보고 답답해 하는 사람은 비장애인들도 맴도는 대화로 서로 이해를 못해 답답해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나 그냥 가진 그대로, 생긴 그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람들은 서로를 비교하여 누구에게 더 높거나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는 앞장서지도 말고 동조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인간이 가져야할 선한 인성과 기본 시민정신 정도로 평가를 하고 개인이 지니고 있는 차이는 군계일학이란 표현에서처럼 중요한 멋과 잘난 것으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남과 다른 것을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데는 부모가 제일 큰 역할을 한다.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아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다른 점’이 불편할 수는 있어도 뭔가 남이 하는 것을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시도해보며 크도록 어려서부터 평범하고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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