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한가운데 선 이민 1세의 책임
“선생님, 우리 어머니가 그러시는데요. 으악새는 ‘으아악!’ 하고 울고요, 소쩍새는 ‘소쩍소쩍’ 운데요.”
“야아… 김치국, 잘 알아왔네!? 김치국 어머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시네.”
“아닌데? 우리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요. 으악새라는 새는 사실 없데요 소쩍새는 있데요 그런데 본 적은 없데요.”
“야아… , 마라톤, 잘 알아왔네!? 마라톤 아버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시네.”
“선생님, 우리 이모부님께서 그러시는데 으악새와 소쩍새는 상상의 새래요. 으악새는 짝사랑으로 가슴이 아파서 듣는 새소리가 한스러운 것을 표현한 것이고요 소쩍새는 배가 고팠던 일제시절에 ‘솥이 적다’고 보리고개를 넘는 한스러운 것을 표현한 것이래요.”
“야아… 두둥실, 잘 알아왔네!? 두둥실 이모부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시네.”
“에이… 선생님은 만날 모두 다 훌륭한 분이시라고 하시네요…”
“아 그럼 훌륭한 분들이시고말고.... 이렇게 훌륭한 여러분들을 자식으로 두신 분들이시니까 훌륭하시지. 물론 여러분이 훌륭한 건 다 내 덕이지만…”
“또 그 훌륭타령…선생님 훌륭하세요. 저희들도 다 훌륭하고요, 하하하하…!”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학생들에게 내어준 숙제를 점검하는데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서로 저희들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집안 어른들께 여쭈어 온 해답을 발표하느라고 야단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 중에는 삼학년 정도의 수준으로 일상생활에서 매일 쓰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좌가 있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 더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집안 어르신께 반드시 여쭈어서 알아와야만 하는 숙제를 내어 주고 또 그 분들이 아니면 학생들이 어디서 도저히 만들어 올 수 없는 숙제를 내어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숙제 중에는 으악새와 소쩍새 숙제로 시작해서 집안 어르신들의 십팔번 애창곡, 애창시, 족보, 결혼 사연, 연애결혼이나 중매결혼에 대한 결혼관 등을 인터뷰하는 것입니다.
언어는 저희 인간에게 주어진 크나큰 선물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이렇게 문명 세계를 세우고 살아가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시인이 불을 발견하고 난 뒤부터 그 불씨를 간수하기 위하여 발전된 인간의 대화는 인간 생활에서 가장 귀중한 도구이자 표현의 예술품이라고 합니다.
대화는 반드시 양쪽이 공평하게 같은 분량을 말하고 칭찬하는 식의 대화, 웃으면서 그리고 먹으면서 하는 대화가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으악새와 소쩍새와 같은 이민 1세분들의 한국에서의 경험은 훌륭한 자손들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부모님의 결혼 경위를 알아 와서 발표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그 학생이 자기의 자식에게 훗날 자기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너무나 귀중한 보물이고 또 미국 땅에서 자라는 2세와 1.5세에게는 자기 가족만이 갖는 진기하고 유일한 가보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미국 생활은 아름다운 한국 생활이 있었기에 더욱 보배로운 생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끼리만 가슴 속에 넣어 놓고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감추지 마시고 후손들에게 하나하나 전수해 주는 것이 어른들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조국이고 모국인 한국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 익히며 한국의 후손이라는 긍지를 키우며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것을 도와주는 지름길은 어른들의 과거를 대화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향의 오솔길에서부터 엘에이 공항에 떨어질 때까지의 사랑과 희망 그리고 깊은 한과 정에 대해서 후손들에게 대화로 알려 주시는 것은 ‘한류’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한국 이민 1세의 가장 귀중하고 훌륭한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정정선
<시인, UC Santa Barbara 한국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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