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성선설과 성악설이다. 성선설은 인간이 본래 선한 존재라는 이론. 물가를 지나다가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면 저도 모르게 달려가 아이를 건져내게 되는 것이 그 근거이다.
남의 불행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차마 내버려두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이 바로 맹자가 내세운 성선설의 핵심이다. 맹자는 사람은 누구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4덕(德)을 키울 마음의 밭을 타고 났다고 본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해지고, 부끄러움을 알고, 공경하는 마음이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타고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본성을 잘 키워나가지 못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그 정반대 이론인 성악설은 순자의 인성론이다. 사람은 본래 악한 존재여서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보고 저만 잘 되고 싶은 욕망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본성대로 내버려 두면 다툼이 끊임없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고 성악설은 주장한다.
사람이 선한 존재가 되려면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고, 법과 사회규범으로 제재를 가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을 보면 보통은 헷갈린다. 성선설이 맞는 것 같을 때도 있고, 성악설이 맞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남들이 내가 누군지 모를 때, 즉 익명성이 보장될 때 행동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성악설이 맞아 보인다. 가장 보편적인 예가 인터넷의 악플들.
보통 때는 선량한 시민들이 온라인 세상으로만 들어가면 왜 그렇게 공격적이고 악의적이 되는지 무자비한 악플을 못 견뎌 자살한 케이스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성에 기대 자기 속의 온갖 비뚤어진 심성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일종의 배설행위이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의 익명성을 아주 고의적으로 이용하는 케이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댓글들을 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칼럼니스트가 자기 칼럼에 대해 자기가 댓글들을 올려 독자들의 반응을 부풀리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LA 타임스의 한 컬럼니스트는 두세 개의 ID로 댓글들을 올리다가 탄로가 나서 처벌을 받았었다.
그런가 하면 회사 간부들이 네티즌 ID 뒤에 숨어서 자기회사 광고를 하고 상대회사를 깎아내리는 것도 자주 있는 일. 홀 푸즈의 CEO 존 맥키는 지난 몇 년간 인터넷 토론방에 올린 글 때문에 요즘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그는 종종 야후 토론방에 들어가서 자기 회사를 자랑하거나, 경쟁사를 비방하곤 했는데 이번에 홀 푸즈가 그 회사를 매입하려 들면서 그의 토론방 글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이 익명의 세계라고 하지만 필요하면 신분 확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익명의 세계에서 네티즌들의 본성은 아무래도 성악설 쪽인 것 같다. 네티즌들이 본성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온라인 세상에도 윤리 교육과 법적 장치가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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