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미국에 온지 약 3년이 되던 때에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시의 미 적십자사에서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했었다. 인턴십은 사회사업 석사 학위에 필수였다. 당시 적십자사는 해외파견 미군들의 가족을 위한 특별 사회사업 분야가 있어서 사회사업과 대학원생들을 인턴으로 훈련시키고 있었다. 하루는 군인 가족 중 영어가 서툰 한인여성을 도와주는 경우가 생겨 적십자사 건물 안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말을 하는 내가 뽑혀 그녀를 도와주는 가정방문을 나가게 되었다.
적십자사 측에서는 나를 내보내기 전 여러차례 회의를 했다. 아직 세인트루이스시 지역을 잘 모르는 내가 봉사를 나가는 동네에서의 신변의 안전문제가 특히 거론되었다. 결국 나는 오랫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해 온 나이가 지긋한 백인 남성이 적십자사 차량을 운전하며 동행해주는 특별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었다.
매년 학부생의 절반이상이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USC에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전문성과 또한 준수해야 할 규칙들이 엄격하다.
우선그 프로젝트가 USC 학생들에게는 시민교육, 지도자 훈련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봉사하는 공립학교나 비영리 단체에게는 그 지역사회 내에서 꼭 필요로 하는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것을 위해 USC 내의 관련 분과들과 자원봉사자를 받는 공립학교의 교장들과 행정 책임자들 및 비영리 단체의 관장들과 책임자들이 모여 사전에 모든 일을 철저히 검토하고 계획하는 미팅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USC 당국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학생들 신변의 안전이다.
물론 학교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들에 대해서는 학교가 관여하기 힘들다. 그러나 학교와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학생들을 내보내는 경우엔 사전 준비작업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지난 2년간에 걸쳐 우리 사무실의 직원의 추진하에 USC 교수 및 학생들이 올해 여름방학에 참여하려 했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자원봉사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이지리아 시골 마을에서 야자유(Palmoil)를 손으로 짜서 파는 사람들을 위해 기름을 짜는 기계를 도입해 대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지역사회 경제기반을 갖도록 해주는 프로젝트로 공대와 경영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참여하기로 했었지만 나이지리아가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특히 외국인들의 납치 사건이 많다는 정보를 접한 후 전격적으로 취소하였다.
또 몇 년 전에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사우스 LA 한 고교의 USC 동문인 교장이 보조교사와 과외공부를 위해 50~100명의 USC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였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앞서 USC의 학생파견 분과 담당자들과 USC의 보안 담당자들, LA경찰국의 사우스웨스트 지역 담당 경찰 간부들과 LA 통합교육구내의 경찰들이 모여 2년여에 걸쳐 그 지역의 일반범죄 통계 및 고교의 범죄 통계 등을 전부 고려한 후 LA경찰국 담당자들로부터 USC의 학생들이 그 지역을 걸어가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충고를 받고 USC 교통부서에서 기부 받은 밴차량으로 학생들의 이동을 도왔던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법적인 성인이 되었다 해도 아직은 철이 없고 겁도 없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소중한 열정과 순수한 마음, 각자의 비전과 사회정의 실천의지 등이 밑거름된 훌륭한 의미의 지역사회 봉사가 온전히 성취될 수 있기 위해서는 책임자들의 올바른 지도 가 필수적으로 제공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귀중한 젊은이들의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봉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났다가 탈레반 테러그룹에 납치된 한국의소중한 젊은이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케이 송 / USC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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