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옆집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고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은 엄마의 손에 이리저리 좋다는 의원과 약초꾼과 무당집으로 끌려 다니며 채워졌다. 몸이 약해 골골 아프기도 했고 소아마비를 완벽하게 고쳐 없애 버리시겠다는 집념으로 학교 공부 외의 활동은 모두 치료와 관련된 일 외에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집요하시던 엄마의 의지에 피아노에 대한 나의 소망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나 앉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던 피아노의 소망은 불혹의 나이에 들어서며 도레미로 시작되었다. 벌써 3~4년이 지났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손에 익어야 한다는 맛이 나질 않고 기초만 맴도는 나의 피아노 실력은 머릿속의 멜로디와 템포는 쇼팽과 모차르트의 선율에 따라 흔들리는데 손가락은 아직도 “나비야 나비야” 수준을 원곡의 두서너 배는 느린 박자로 겨우 치고 있다.
결국 나는 치기는 치는데 강할 때 강하게 치고 약하게 칠 때 약하게 치는 것을 모르고 무조건 건반을 펑펑 두드려 우리 강아지도 듣기가 싫다고 피아노 치는 나의 팔을 주둥이로 밀어내 말리곤 한다. 가끔은 치료에만 심혈을 기울였던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는 피아노 선생님들의 실력을 원망하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할 수 없는 내 스케줄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피아노를 배우면서 느끼는 게 참 재미있다. 같은 음에 같은 박자의 노래도 그냥 펑펑 힘 있게 쳐대는 것보다 강약이 선명할 때 더욱 곡이 생명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 같은 크기로 쳐대는 내 곡을 강한 부분과 약하고 부드럽게 치는 부분을 잘 조화하며 치는 선생님의 피아노곡과 대조해 들을 때면 황홀하게까지 느껴지고 나는 언제나 저렇게 치게 될까 하는 생각에 머리는 또 손가락의 수준을 넘어서 월광 2악장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피아노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시며 하는 말 “듣는 귀는 높은데 손이 안 따라주시는 군요.” 그렇다. 난 정말 듣는 귀는 수준급(?)인데…
피아노 배우는 것과 인생을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다. 사람이 아무리 바쁜 스케줄을 살아도 인생에 강약을 주어야 인생이 멋이 들어가고 아름다워진다. 여유를 갖는 것은 뒤로 뒤로 미루며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바쁘게만 사는 것보다는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고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일을 하는 강한 스케줄 속의 이곳 저곳에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는 여유와 허리를 펴고 세상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중강약의 스케줄이 끼워져야 두 다리를 쭈욱 펴고 하루 종일 편히 지내는 약하고 부드러운 스케줄이 간간이 끼워져야 인생을 멋있게 연주할 수 있다.
사는 것도 힘든데 무슨 여유가 필요하며 오직 강하게 사는 것만이 좋고 훌륭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절대로 아니다.
자녀를 교육하는 데도 멜로디 하모니 외에 박자에 맞추어 강약 중강약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매일 똑같이 “하지마”를 강하게만 외쳐대고 “공부해라”만 강조하는 교육은 효과가 적고 가르치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변화를 볼 수 없어 재미가 없다. 어느 땐 강하게 “하지마”를 외치다가도 최대한 조용하게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약박자가 있어야 하며 “요즘 어때?” 하며 묻는 중강의 박자가 있어야 자녀행동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화와 교육의 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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