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187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삶을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보냈다. 그는 보스턴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북쪽으로 올라가는 있는 뉴햄프셔 주의 한 농장에서 소박하게 살면서 1916년 그 유명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를 발표했다. 누구나가 학창시절에 한번쯤은 감동을 받았던, 하지만 바쁜 삶에 잊고 있었던 그 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자.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두 길에는/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가 어느 날 산길을 걷다가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 그 앞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까 망설이다 영감을 얻어 지은 시이라고 한다. 시인은 우리들의 인생을 숲으로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의 크고 작은 선택을 두 갈래 길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을 가슴 저미게 노래하였다. 우리들 누구나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선택하지 않은 그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은 그 고민을 더 힘들게 하고 선택한 길을 가면서도 그 다른 길을 한 번씩 곁눈질하면서 과연 나중에 후회나 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또한 그 길을 가다가 생각한 만큼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때 그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과거 선택에 대한 후회는 종종 미래의 선택에 대한 두려움으로까지 발전한다. 선택을 함에 따라오는 책임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선택에 대한 미련은 있다. 그 때 다른 길을 갔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져 지금은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은 다 있게 마련이다. 지금 삶이 힘이 들수록 가슴 깊이 간직했던 그 때를 꺼내서는 씹고 생각하고 또 묵상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부질없고 낭비적인 질책이고 현재를 더 어렵게만 할뿐이다. 이젠 과거를 자기 어깨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과거의 무거운 삶까지 짊어지고 가기에는 현재의 삶이 너무 지친다. 이젠 내려놓아야 한다. 전진하려면 앞을 봐야 하고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위해선 과거의 삶을 떠나보내야 한다. 과거의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과거에 머물러 있기에는 미래가 너무 소중하다. 이젠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누구나가 감동해 마지않는 이 시에서 시인은 그 두 갈래의 길에서 인생의 모든 항로가 결정되는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우리의 숲은 아직 끝나지가 않았고 가야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인생의 항로가 결정지어지는 순간들은 두 갈래의 길 앞에서가 아니라 그 앞까지의 가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또 다음에 나올 새로운 두 갈래의 길 앞까지의 한걸음 한걸음일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매일매일 어떤 걸음을 걷느냐에 따라 어떤 두 갈래의 길이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인지 정해질 것이다. 정말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갈라진 길 앞에서의 순간적인 선택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보람 있고 알찬 삶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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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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