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반은 세계에 한국 심는 초석
이번 연수단을 통해 경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세계 문화유산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경주 역사유적지는 경주 주변에 한국의 건축물과 불교 발달에 있어 중요한 유적과 기념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경주는 곳곳에 걸어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적지라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도시였다. 내 집 같은 푸근함으로 돌아보는 내내 가슴 뿌듯했던 불국사와 절 내의 다보탑과 석가탑, 그리고 경주국립박물관의 에밀레종 등 신라 유적지를 돌아보며 신라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저녁에는 대구타워에서 스테이크와 APEC 정상회담 때 만찬용으로 사용하여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감으로 만든 우리 와인인 감그린으로 입맛을 돋우었는데 프랑스의 어떤 와인에 비교해도 맛에 손색이 없었던 우리 고유의 와인이었다.
첫 날 강의한 Dr. Finch는 한국말을 영어처럼 하고 한국어를 강의하는 김선정 교수는 영어로 강의하며 좌중을 휘어잡는다. UNESCO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어가 가장 낮은 문맹률을 갖도록 도움을 준 언어라고 소개하면서 그녀는 두 시간이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강의한다.
대구에서의 마지막 날은 대구 외국어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그들의 영어 수업을 참관했는데 영어교사는 미국에서 온 2세이었으며 30명 미만의 학생들 중 남학생은 네 명뿐이다. 영어와 수학수업의 내용은 깊이가 있는 수준 높은 강의였으며 교사들의 열정적인 강의와 학생들의 진지한 수업태도에 참관하던 일행들은 모두 혀를 내두른다.
이방인들에게 쉬운 한글을 가르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열정과 가는 곳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그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잠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소용돌이친다.
미국에서 성장하는 한인들의 역할은 자신을 위함뿐 아니라 이민사회와 한국을 연결시킬 수 있는 책임 역할이 중요한데 정작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 1세들은 자녀가 한인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고 한국어를 쓰면 영어 발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영어 사용만을 고집한다.
자신이 한국인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길은 한국 문화와 역사 그리고 언어를 아는 것이다. 김치를 모르면서 한국인이라 당당하게 말하기는 어렵고 한국말을 못하면서 한국인이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힘든 것이다.
오히려 한국어 프로그램이 2세 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그들이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며 한국 사람으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내 것을 알아야 한다는 기본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뿌리를 내리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것을 지키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했다.
2012년부터는 제2 외국어가 고교 졸업요건으로 상정됨에 따라 이러한 재단측의 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한국어진흥재단과 한국 정부의 각별한 노력에 따라 미 교육자들에게 먼저 한국 문화를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한국어가 경쟁력 있는 언어로 인정받기 위한 미 공립학교의 한국어반의 활성화는 한국을 세계 속에 심어주기 위한 초석이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우리 것을 물려주고 그 열매를 맺기 위한 한국어진흥재단의 헌신적인 노력에 모두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길가에는 눈에 익은 무궁화 꽃이 줄지어 피어 있다. 우리나라 꽃, 무궁화 꽃이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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