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집에서만 25년을 살았다. 네 자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나름대로 제 갈 길을 찾아 독립해서 집을 떠나갔다. 단층목조 건물이지만 뜰이 넓고 동네가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은퇴를 즐기기로 마음먹고 모기지론도 끝나고 해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집값이 춤추기 시작하고 이곳저곳에 집 팔겠다는 팻말이 나붙기 시작했다. 부르는 것이 값이고 주위에서 누구는 집을 몇 번 팔고 사고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조용했던 우리 가정에도 설렘을 가져왔다 아내도 오래된 이 집을 수리해서 깨끗한 집에서 한 번 살아 보자는 의견을 냈고 나도 동의해 마루를 깔고 부엌을 수리하고 창문을 바꾸고 깨끗하게 단장을 했다. 어쩐 일인지 수리비로 상당한 돈이 들어갔는데도 아깝지 않고 오히려 뿌듯해진 것은 집수리에 열을 올리던 주위 분위기 탓이었으리라. 분위기란 정말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수리된 깨끗한 집보다는 아예 새집에서 살아보자는 욕심이 우리를 들뜨게 했고 부동산 붐의 태풍은 우리 욕심을 현실로 이끌게 했다. 그래서 집을 팔고 우리 부부가 생활하기 편리한 동부 쪽에 새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집은 팔리고 이제는 집을 사야할 입장이 되었다.
그때쯤 어떤 부동산 업자로부터 끈질긴 제의를 받게 되었다. 내용인즉 현금으로 집 한 채를 살 것이 아니라 50% 다운하여 한 채는 직접 살고 나머지는 25%씩 다운해 2채를 사면 늦어도 1년 내로 얼마를 벌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 많은 융자 방법을 설명 듣게 되었다. 당시 분위기로는 있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 약삭빠른 장사 속을 앞세워 욕심을 자극하는 마력이 부동산 열풍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투기 욕구가 모아져 오늘날 서브프라임의 회오리를 몰고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이 회오리를 무사히 통과했다. 순리를 좇으면 돈은 벌지 못해도 마음은 편하게 살 수 있음을 배웠다.
제봉주 / 롤랜 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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