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새가 된 한 여자가 있다
새의 말을 하고 새처럼 먹는다
툭하면 부리를 세워 나의 가슴을
콕콕 쪼기도 한다
나는 사람의 혀로 그녀를 찌르고,
그런 날이면 내 가슴엔 능소화가 낭자하다
어쩌면 태생이 새였을지도 모를 여자
45킬로 몸무게를 다 덜어내는 일이
생의 무늬 전부였다고
이제 손등의 살만 벗어 주면 된다고
숨소리까지 퍼주던 여자
사람의 언어로 부딪히던 그 어느 때가
생각난다
미처 덜어내지 못한 나의 무게로
아직도 날지 못하고 있는 여자, 어머니
이제인‘가볍게 노래하다’전문
엄마에게도 딸을 쪼을 만한 부리는 있다. 그래봐야 마음 놓고 쪼을 수도 없는 연약한 부리다. 그런데 딸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받았던 아픔을 몇 배나 되는 고통으로 되갚는다. 그러려면 새의 부리로는 어림도 없고, 지독한 사람의 혀라야 가능하다. 돌아서서 이내 후회를 하면서도. 이것이 대부분 세상 모녀들의 관계다. 나 또한 세 치, 지독한 사람의 혀를 가졌기에 가슴 속에 능소화가 하루도 낭자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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