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을 아시는지요
그릇 따위의 가장자리, 사람으로 치면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
변죽 울리지 말라고 걸핏하면 무시하던
그 변죽을 이제 울려야겠군요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줘야겠군요
그 중심도 실은 그릇의 일부
변죽 없는 그릇은 이미 그릇이 아니지요
당신, 아시는지요
당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변죽,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변죽,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변죽, 삼거웃 없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싶은,
변죽을 쳐도 울지 않는 복판을 가진
이 시대의 슬프고 아픈 변죽들을
배한봉(1962~) ‘이 시대의 변죽’ 전문
누가 무슨 말을 하기에 앞서 장황하다 싶으면 변죽 울리지 말고 본론부터 말하라고 재촉부터 한다. 변죽이란 그만큼 별 볼일 없는 존재다. 그런데 이 시에서의 변죽은 오히려 중심이 되고 있다. 변죽이 없이는 복판이란 것도 있을 수가 없다고. 아닌 게 아니라 변죽이 없는 그릇을 한번 상상해보시라. 한 방울의 물이라도 담을 수 있겠는가. 소외된 세상의 변죽들에게 충분히 위로를 주는 따뜻한 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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