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리를 다치고 쓴 글이 지면에 실린 후에 많은 분들이 사랑의 말씀을 주셨다. 나는 아직도 목발에 의지하고 있다. 목발을 짚는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 채 이 날까지 살아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았다.
두 목발을 짚는다는 것은 내 힘으로 물 한 잔 옮길 수가 없음을, 장애인 화장실 외에는 사용할 수 없음을 뜻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들어갈 수가 없고 물기있는 바닥에선 한 발작도 뗄 수가 없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횡단보도에서는 아예 길 건너기를 포기해야 함을 뜻한다. 그 고통을 알게 되니 감사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건물마다 장애인 주차공간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었다. 복지가 앞선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장애인 전용주차 공간이 지나치게 많아 보였다. 늘 텅 비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번 사고로 나는 병원에서 3개월 임시 장애인 주차카드를 받았다. 빨강 카드였다. 빨간색이 임시를 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빨간색 주차카드는 내가 이제 곧 회복되어 정상인이 된다는 보증서 같았다. 회복이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도 만들고 싶고 산책도 하고 싶다.
참 이상한 것은 내가 장애인 주차카드를 달고 주차공간을 찾으려니 그 많던 장애인 주차공간이 왜 그리 부족한 지 모르겠다. 주말에는 쇼핑센터나 식당, 서점 어디나 장애인 주차공간은 꽉 차 있다.
그곳에 주차된 차들에는 거의 파랑 카드가 걸려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어디를 보나 미안한 것 투성이다. 이 세상에 장애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단 사흘 만이라도 세상이 보고 싶었던 헬렌 켈러를 생각하면 이까짓 다리 다친 거야 무어 그리 대수랴. 임시직장, 임시생활, 임시라는 단어는 별로 달갑지 않지만 임시 장애인 주차카드를 갖고 있어서 눈물 나게 감사했다.
장애란 늘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시간 맞추어 먹을 것을 차려주지 않으면 종일 굶고 있기도 하고 씻겨주지 않으면 참고 있다. 제철 과일을 맛보지 못한 채 계절이 바뀌기도 한다. 창 밖에 도움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이 세상은 눈물과 수고 뿐이라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쩌면 이 세상은 사랑과 감사 뿐이다. 주위를 돌아보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사랑을 나누며 감사하며 살고 싶다.
김수현 / 작가·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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