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서울과 북경에서 흐르는 땀과 싸우며 여러 날 밤잠을 설치는 경험 끝에 나는 굳은 결심을 하나 했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이며 고로 나도 이 문제에 심각한 관심을 쏟겠다는 것이었다.
그 후 실천사항 일번으로 자동차를 개솔린 소비량이 적은 하이브리드로 바꾼다는 생각을 하고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그의 첫 반응은, “당신처럼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 집에 있을 사이가 없는 사람은 자동차를 워낙 적게 쓰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너무 미미해서 하이브리드로 바꾼다 한들 환경보호에 별 도움이 안 될 걸”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의 가격에 붙는 프리미엄을 수년간의 개솔린 비용 절감으로 상쇄 받아야 하는데 당신 경우엔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얘기지. 물론 당신 기분은 좀 좋을지 몰라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래서 생각한 차선책은 버스 등 공공 교통수단을 가능하면 이용할 방책을 찾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다는 것이었다.
시험적으로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내가 다니는 치과가 있는 미드 윌셔까지 버스를 한번 타보니, 급행 버스가 있어 일단 버스에 오르고 나서는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승차감도 만족했는데 문제는 버스를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니 두 노선의 시간을 잘 맞춰야 했고 손에 짐이 있어서는 곤란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한번 나가서 여러 군데 들르기는 불편하니 이것저것 생각하면 그저 훌쩍 차에 올라 발동을 걸고 달리게 되지 버스를 타게는 안 될 것 같았다.
자전거도 일단 안장에 올라 달리기 시작하면 바람을 가르는 맛이 상쾌하고 왜 좀 더 자주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퐁퐁 솟는데, 사람의 게으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뒷마당으로 나가 차고의 문을 열고 자전거를 꺼내 오는 약 2분간의 액션이 왜 그리도 힘이 드는지 그냥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로 발길이 먼저 갔다.
환경보호의 핵심은 결국 간단히 말해 개솔린, 전기, 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개솔린 아끼는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나는 다른 자원을 아끼는 방책으로 관심을 돌려봤다.
아주 간단한 절전책으로 전기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전선을 빼놓으라는 것이 있었다. 뭐 이 정도야 못하겠는가 생각하며 집안을 둘러보니 수십 가지 가전기구가 하루 24시간 전원에 꽂혀 있는데, 그중 몇 개만이라도 뽑아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냉장고, 마이크로웨이브 등등은 물론 안 되겠고… 텔리비전과 각종 음악, 영상 재생기구들에서 나온 선들이 마구 얽혀 있는데 그것들을 뺐다 꼈다 하기는 무리다 싶었다. 컴퓨터, 전화, 램프들도 그렇고… 셀폰 충전기를 본 순간 이거다 싶어 일단 얼른 전선을 빼놓았다. 그런데 밤이 되면 방 한구석에 초록색 불을 켜고 서있는 충전기를 보며 아, 셀폰을 꽂아야지 하고 생각하던 것이 눈에 안 뜨이니 셀폰을 재충전시키는 것을 그만 잊어버리게 되었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서는 지금도 마실 물을 구하기 힘들어 공중보건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 그들이 하루 마시는 물의 양은 우리가 이를 닦는 동안 계속 틀어놓아 낭비하는 수돗물의 양만큼도 안 된다는 사실을 듣고는 양치질을 시작할 때 틀었던 수도꼭지를 칫솔질을 하면서 일단 잠갔다가 헹굴 때 다시 트는 버릇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오늘까지 일주일간 그것만은 성공적으로 지키고 있는데,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어놓고 더운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양치질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의 깨끗한 물이 하수도로 흘러가는 광경을 떠올리며 죄의식이 들었다.
하이브리드 판매 1위인 도요타 프리우스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미지 각인, 즉 나는 푸른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시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글쎄, 내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밖에 우선 없다 할지라도 환경 지킴이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는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
김유경 / Whole Wide Worl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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