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은 “도대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질문이다. 나는 “국수 맛을 알면 코리언이 된다”고 대답한다. 막국수의 텁텁함, 콩국수의 구수함, 칼국수의 소박함, 메밀국수의 덤덤함, 냄비국수의 다정함, 냉면의 짜릿함, 가락국수의 맑음 등을 알면 이제 그는 한국인이 거의 된 것이다.
라면은 속성이고 얄팍한 맛이어서 한국적인 것에 넣고 싶지 않다. 빨리 해치우고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를 메우는 재주를 한국인이 가졌다지만 길게 보면 이것은 효과적이 못되며 미국과 같은 대륙에 사는 기질에 어울리지 않는다. 라면보다는 칼국수의 은근함으로 나가는 것이 대륙에 맞는 생활철학이다.
국수의 맛은 긴데서 온다. 부셔진 라면을 숟가락으로 퍼먹어 본 사람은 국수의 맛과 길이가 함수관계에 있음을 잘 알 것이다. 냉면을 시키면 종업원이 무시무시한 가위를 들고 와서 “잘라 드릴까요?” 하고 말한다. 듣기에 따라 겁나는 말이다. 자르라고 하면 서슴없이 냉면 발을 네 동강이로 참형에 처해 국수의 특색을 없애버린다. 함흥냉면 쯤 되면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기 때문에 도중에 숨을 돌이키고 눈물을 닦는 휴식을 취하더라도 일단 시작한 국수발은 끝장을 내야 국수의 진미를 안다.
끈질기고 꾸준함은 한국인의 장점인데 요즘은 본래의 인내력이 한국인에게서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4,000년 전의 국수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국수의 역사는 최소 4,000년은 되었다. 그러니 젓가락의 역사도 4,000년으로 보아야 한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는 모습은 하나의 예술이다. 젓가락은 두 개의 가락이 서로 어울리고 협조하며 공중에서 춤을 추듯 작업을 진행한다. 서양인의 포크는 찌르고 나르는 기계적인 동작뿐이고 아름다움이 전혀 없다.
한국인의 심미주의는 감정주의라고도 말하며 ‘정’과 ‘흥’으로 표현된다. 젓가락 놀림에는 ‘정’과 ‘흥’이 모두 들어있다. ‘정’과 ‘흥’은 적절한 영어 표현이 없고 한국인 특유의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인은 정으로 살고 흥으로 산다.
최효섭 /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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