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하다” - 남북한 정상이 2일 평양에서 첫 대면하는 광경을 TV로 지켜본 많은 한인들이 하는 말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서 한인이라면 누구나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하는 장면 앞에 서면 가슴 찡하게 감동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환영식에서는 뭔가가 부족했다. 광장에 동원된 평양 시민들의 환호하는 함성은 하늘을 찌르지만 정작 주인공들인 두 정상의 표정은 너무나 차분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렇게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7년 전 순안공항까지 마중 나와 활기차게 영접하던 열정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을 뜨겁게 포옹하고, 두 손을 맞잡고 흔들며 환대하던 모습은 김 위원장에 대한 남한국민들의 선입관을 깨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의 김 위원장 표정은 지나치게 무덤덤하다. 4.25 문화회관 광장 레드카펫에 서서 노대통령을 맞을 때도 웬만하면 한두 발짝 앞으로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무개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노대통령의 모습과는 대조적일 정도로 무뚝뚝하게 꼼짝 않고 서있었다.
그리고는 첫 악수를 나누면서 잠깐 미소를 보였을 뿐 환영식 12분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했으니 말도 많고 추측도 무성할 수밖에 없다.
“7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는 건데 좀 웃으면 어디가 덧나나?” “손님을 맞는 주인이 그렇게 뚱해서 어떻게 하나” 등 예의 수준의 지적에서 부터 “너무 피곤해 보이더라. 그 사이 많이 늙은 것 같다” “배가 그렇게 나온 걸 보면 건강이 안 좋은 거다. 비스듬히 서있는 것도 아마 허리가 아파서 그럴 것이다”와 같은 건강 관련 추측,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무게 잡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꿍꿍이가 아닐까?” “남측 선물 보따리가 별로 마음에 안든 걸까?” 등의 외교적 전략설 등이 한인들 모인 자리마다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표정’을 거론하기는 외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국가 정상이 국빈을 맞으면 속으로야 어떠하든 만면에 웃음을 짓고, 포옹을 하며 환영하는 것이 관례이고 보면 그의 무표정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LA타임스는 “짧은 만남 동안 내내 웃음없는 얼굴이었다”고 지적했고, AP통신은 “악수하며 ‘반갑습니다’ 한마디 했을 뿐 손님 맞는 태도가 냉랭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관측은 건강과 나이.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을 만큼 심장에 문제가 있고 당뇨도 있으며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설이다. 아울러 김 전대통령은 자신보다 한참 위이지만 노대통령은 4살 연하인 만큼 특별히 ‘예의’를 차릴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유야 어떠하든 남쪽의 대통령은 흥분해서 달려갔는데 북쪽에서는 시큰둥한 모양새가 되었다. 임기 말에 뭔가 역사적 업적을 남기고 싶은 의욕에 먼 길을 달려간 노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거둬낼 지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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