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차! 영차! 영차!” 나는 줄다리기가 그토록 재미있는 놀이인 줄 미처 몰랐었다. 올 여름 어느 협회의 하계야유회를 갔던 적이 있다. 그날 마지막 행사로 길게 40마일 이상 늘어진 시애틀 지역을 남북으로 나눠 남쪽에서 온 사람 대 북쪽에서 온 사람간의 줄다리기 시합을 했다.
지역적으로 나누다 보니 남쪽에서 온 사람이 수적으로 2할 정도 열세였다. 별 뾰족한 수가 없어 그냥 시합을 진행했다. 한 번의 연습 경기와 삼판양승제였다. 연습 경기서는 패배했다. 누군가 “줄다리기는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소리를 외쳤다. 심기일전해 본 시합에 응했다. 줄을 들어 올리니 등 뒤쪽에서 당기는 기운이 연습과는 사뭇 달랐다. 진행자의 시작 신호에 “영차! 영차!” 소리가 다시 온 공원을 진동 하였고 밧줄은 팽팽해진 채 어느 쪽으로도 끌려갈 조짐이 안 보였다. 상황이 그러길 잠깐, 밧줄이 움찔하더니 조금 끌려왔다. 전신이 짜릿했다. 그 순간 우리 편은 정확히 두 박자에 맞추어 사력을 다해 밧줄을 당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과는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한 몸처럼 움직인 남쪽이 이겼다. 자리를 바꿔 경사 위쪽에서 벌인 두 번째 판도 마찬가지였다.
며칠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지금 우리민족은 통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잘났든 못났든 우리민족은 모두 한쪽 편에 서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의 걸림돌 들을 넘어 갈수 있는 것이다. 힘이 흐트러지는 순간 걸려 넘어 지게 돼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무공 비급도 아니고 병서도 아닌 줄다리기를 왜 우리에게 남겨 주었는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금 새겨본다.
고경호 / 시애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