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5년 전에 마음에 꼭 들어서 산 앤틱풍의 작은 책상이 하나 있다. 서양의 클래식 영화를 보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책상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으니 이런 용도의 책상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 것 같다. 이제는 자기를 사용해주는 사람이 없어 더욱 더 초라해 보이는 이 책상은 내 안방 한 구석에 놓여 있다.
얼마 전 안방에 새 침대를 하나 들여 놓았다. 침대를 작은 사이즈에서 큰 것으로 바꿔 놓자 그 작은 책상은 한층 초라해졌다. 새 침대를 들여오면서 침대와 어울릴 것 같은 화환과 쿠션들도 장식용으로 샀다. 화환은 침대 머리맡 벽에 걸고 쿠션들도 침대위에 장식했다. 그런데 남편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무시해 버리려고 해도 신경이 쓰였다.
다음 날 화환을 벽에서 떼어냈다. 순간 방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느낌이 왔다. 자연스럽게 걸어가 그 책상 벽 위에 화환을 걸었다. 뚜껑을 열고 그동안 쌓아 놓았던 잡동사니들을 꺼내 정리하고 나니 좀 더 커보였다. 아끼던 앤틱 거울과 예쁜 화분도 하나 얹어 놓았다.
더 이상 예전의 볼품없던 책상이 아니었다. 쓸모없이 버려졌던 내 책상처럼 지금 누군가 세상 한 구석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해 많이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 그리고 열정을 나눠준다면 그 누군가는 훨씬 더 특별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멀리서가 아닌 내 주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들부터 먼저 살펴봐야겠다.
민은기 / 인테리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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