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진부한 비유이긴 해도 스포츠와 인생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특히 야구는 종종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위기를 겪은 다음 곧바로 찬스가 온다든가 하는 야구의 금언들 속에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금언은 바로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가 아닐까 싶다. 1970년대 고교 야구의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 군산상고는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던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던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로 대 역전극을 이끌어 낸 군산상고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역전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역전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팀이 콜로라도 로키스다. 내셔널리그 서부조 만년 하위 팀인 로키스는 지난 9월 초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던 팀이 갑자기 상승세를 타더니 무서운 기세로 상위팀들을 따라 잡기 시작했다.
정규 시즌 마지막 14경기서 13승이라는, 야구에서는 좀처럼 드문 경이적인 승률을 올리며 샌디에고와 와일드카드 동률을 이뤄 타이 브레이커 경기를 가진 로키스는 이 경기서 또 한 차례 불굴의 팀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줬다. 연장 13회말 6대8로 뒤져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무려 3점을 뽑아 9대8로 대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도 파죽의 3연승으로 시카고 컵스를 따돌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들어갔다.
지난 8일 밤 벌어진 NFL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버팔로 빌스와의 경기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턴오버를 6개나 범하며 경기 종료 20초 전까지 16대24로 뒤져 패색이 짙던 카우보이스는 마지막 순간 9점이나 올리며 25대24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반전과 대역전의 묘미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찾아오기도 한다. 비록 다반사는 아닐지 몰라도 대역전극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분명한 현실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17년을 뛰며 팀을 10번이나 월드 챔피언에 올려놓아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위대한 포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요기 베라는 금쪽같은 명언을 많이 남긴 야구인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명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 it’s over)이다. 그러면서 요기 베라는 “아무리 형편없는 경기일지라도 언제든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이기도 하지만 다 승리했다고 자만하지도 말라는 경계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곱씹어 볼만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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