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일터로 나가기 위해서 현관문을 여는순간 차가운 바람이 나의 온몸으로 파고든다. 가을인가 보다. 외투깃을 세우고 뜰로 내려서니 아직도 새벽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코스모스며 장미꽃 봉우리들이 귀엽게 눈에 들어온다. 얼마전에 친구가 사준 앙증맞은 채송화가 새벽잠 이 없는지 게슴츠레 눈을 뜨고 길게 하품을 하고 있다.
난 이런 신선한 새벽을 좋아한다.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상큼한 마음으로 하루를 남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배달된 신문을 들고 커피를 뽑으며 하루를 열기 시작한다.
윤전기에서 막 나온 듯한 신문과 향이 짙은 뜨거운 커피한잔은 언제나 나에게 자그마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창가에 앉으니 몇 년 전에 사다 놓아둔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보라빛으로 아침단장을 하고 있다. 언제나 봐도 참 사랑스러운 꽃이다.
문득 지난여름 뜰에 꽃나무를 심다가 느꼈던 깊은 감동이 되살아 난다. 땟깔이 좋고 꽃송이도 탐스러운 진홍색 다알리아를 사다 심었는데 한달도 안되어 두더지가 그만 뿌리를 갉아먹고 말았다.
너무도 가여워서 윗통만 있는 것을 거름이 좋은 곳을 골라 다시 심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물을 주었다. 이게 웬 일인가! 거기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새순이 돋았다. 요즈음은 꽃봉우리 까지 맺혀있다. 그 옆의 장미나무 역시 같은 수난을 당했는데 다시 심어주니 줄기에 물이 오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강인한 생명력 이다. 이 꽃들의 무상법문은 새삼스럽게 펄펄 살아있는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요즈음은 틈만 나면 뜰에 나가 잡초도 뽑고 호미로 흙도 돋우어 준다. 흙을 만질 때면 기분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 아마 흙속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자연과 좀더 가까이 있을 때 대자연 으로부터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생명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인간이 자연을 하도 무자비하게 파괴하니 우리의 마음까지 거칠게 황폐되어 가는 것 같다.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 하기보다 순응하고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행복의 길이 있는 것 아닐까.
백인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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