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계획
난 열심히 일기를 쓴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숙제로 내주신 것에 익숙해져 지금까지도 항상 자그마한 일기장을 들고 다닌다.
몇 년 전 나의 생각이 어땠는가가 궁금해져 그 해의 일기장을 열어보면 그 당시 일어났던 일들과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것이 신기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돌아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고 계획한 글들의 결과를 되짚어보며 놀라기도 한다. 그 글을 쓸 때의 감정으로 보면 당연히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무작정 미래의 한 날을 짚어 그 때까지 뭔가를 이루어야지 하는 미래에 대한 희미한 환상이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 섞인 투정의 말들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 짚은 미래의 날에 즈음한 일기장을 열어보면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진 안에서 내가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적었고 5년 후 난 특수교사가 되었다. 기간이 긴 목표도 있었다. 전 세계 각 국가에 한 사람씩이라도 친구를 만들겠다는 어렸을 적의 꿈은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 대표로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와 홍콩에서 열린 국제 장애인 청소년 세미나에 참가하며 무려 90개국에 달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짧은 기간의 목표도 있었다. 내년에는 유학을 가야지 하는 목표를 적은 기록에 따라 다음해 일기장을 보니 난 미네소타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다. 박사가 끝나갈 때쯤 “2년 뒤 교수로 간다”라고 명시했고 난 바로 그 목표로 정한 그 해에 이곳 Cal State LA에 교수로 왔다. 꿈들이 하나 둘씩 이루어진 데는 물론 열심히 살아온 면도 한 몫 했겠지만 많은 연구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과거를 기록한 일기장을 보면 목표를 세울 때의 모호함이 현재로 다가왔다가 과거의 분명한 사실들로 확실하게 기록되는 것을 보면 스스로 놀랍다.
특수교육에서는 모든 장애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떠나기 전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그것을 전환계획(Transition Plan)이라고 한다. 장애학생에게는 전환계획이 너무도 중요한데 그 이유는 학령기에는 연방법인 장애인 교육법(IEDA)에 의해 모든 서비스가 학교에서 의무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반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각 서비스 분야별로 정부의 담당기관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 정부의 의무조항이 아니라 장애인과 부모가 스스로 찾아 요구해야 하는 법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전환계획을 통해 졸업 후 받아야 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의 담당인이 누구인가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전환계획은 이렇게 법적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법적으로 제공되지만 일반 학생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어른들도 항상 미래에 대한 꿈을 생각해 적어보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적게는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계획해 보는 것부터 크게는 사업을 펼쳐나갈 3년 또는 5년의 장기목표를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불확실성의 현실에 대처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특히 부모가 계획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자녀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니 자녀 교육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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